사소한 위로
퇴근길, 어둑해진 골목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질 즈음
밤의 건물들은 빛을 잃은 그림자처럼 길가에 늘어선다.
파란 밤하늘에 밝은 달이 떠있는데
그 달을 전봇대 위에 올려 놓았다가
전선줄 위에도 걸쳐보고, 건물 뒤에 반쯤 가려
반달로도 만들며 걸어가던 중...
건물옥상 출입구로 보이는 간유리 뒤로 사라지더니
소박한 장식용 스탠드처럼 은은한 빛이 하늘에 번졌다.
순간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미 해가 진지 오래되어 검푸른 단색의 하늘에
하얀 잉크 한 방울이 소리 없이 번지고 있었다.
살다 보면 보잘것없는 일에 상처받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사소함에서 위로를 얻는 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