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주역, 한밤의 에피소드

6살+아빠와 사진여행 5

by 션표 seanpyo




전조(前兆)

신경주 역은 우리의 여행을 위해 특별히 공간을 내어 준 듯, 심야영화를 보고 나온 뒤의 텅 빈 대형몰처럼 사람도 없고 고요했다. 몇 안 되는 사람들 마저 이끌리듯 사라져버리고. 여행을 기념하는 사진을 몇 장을 담다 보니, 어둑한 하늘 아래 남은 건 우리 둘 뿐이었다. 쫓기듯 주차장으로 향했다.






렌터카 직원을 만나서 뚝딱, 차량 인수작업(?)을 마쳤다. 주변이 어두워져 핸드폰 플래시로 차량 둘레를 꼼꼼히 확인하며 한 바퀴 돌아오는 사이, 그는 본넷을 책상 삼아 서류 준비를 완료했다. 그는 퇴근을 나는 호텔로, 서로의 갈길이 바빴으므로 수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투수와 포수처럼 순식간에 각자의 역할을 마친 것이다. 여기 까진 순조로웠다.


"이제 면허증 보여주시고 여기에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아! 면허증... 지갑을 뒤져 보았지만 없었다.



아빠의 실수

'어라? 이상하다' 하며 몇 번이고 지갑을 확인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더듬더듬 기억을 쫘악 펼쳐 짚어 가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 주말로 거슬러 올라가서야 다 감긴 카세트 테이프처럼 턱 하며 멈추어 섰다.


차 없는 여행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듯 '면허증은 필요 없겠지'하며 지갑을 가볍게 정리한 기억, 그리고 오늘 아침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에 짐을 꼼꼼히 살피면서도 지갑은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던 기억.


진한 한숨이 뚝 뚝 뚝.

퇴근 후 한 시간 남짓 주차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직원도 내 표정을 읽고 자못 당황하는 듯했다. 우리는 강타자에게 홈런을 맞아 담장 뒤로 넘어간 야구공을 바라보는 투수와 포수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빠 추워"

아이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구원투수

그제야 아내에게 면허증 사진을 보내달라고 전화했고, 그는 안심하라는 듯 아이에게 차 뒷문을 열어주며 들어가 있으라 했다.

"보통 이런 경우 차를 내드릴 수 없지만 아이가 있어서 믿고 (실물 신분증 확인 없이) 빌려 드린다."라며 볼펜에 앉아 있는 찬유를 가리켰다. 우리는 성공적인 투수 교체로 딱 한대 남아있던 차를 무사히 빌릴 수 있었다.




신경주 역을 나와 보문단지로 향했다. 택시로 보문단지까지 대략 3만 원이 나온다는데, 렌트비는 5만원이다. 고마운 마음에 보험료까지 보태어 6만원을 지불했으니 왕복 택시비로 차를 렌트한 셈이다.


호텔로 향하는 차 안에서 우리는 커다란 달 이야기를 했다. 달은 마치 마중 나온 경주의 안주인처럼 숨바꼭질 하듯 건물과 나무 뒤로 나란히 달리며 우리와 함께 했다. 순조롭지 못한 여행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이젠 괜찮다며 길을 안내해 주듯.







6살과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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