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아빠와 사진여행 8
여행 둘째 날의 해가 솟아올랐다. 눈부신 아침 창밖 풍경이 마음을 재촉한다. 여행길에 오른 사람은 누구나 시한부가 될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긴 여행을 떠나도 언젠가 돌아가야 할 시간은 찾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끝이 있기에 남은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은 안다. 그러나 이 앎의 강을 아직 넘어오지 않은 아이와 시간을 함께 공유하다 보니 서로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는 것이 힘일까, 짐일까? 아빠는 여행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길게 늘이기 위해 평소보다 늦게 자고, 먼저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곤히 잠든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기다린다.
새벽녘, 아이의 기척에 깨어 이불을 덮어주고 몇 번이고 바로 눕혀도 의미 없는 노동일뿐, 아이는 인공위성 속 우주인처럼 밤새도록 침대를 유영한다. 아빠도 따라 눕는다. 낮과 밤, 인솔자가 바뀌는 느낌이다.
날마다 새로운 세상과의 조우가 펼쳐지는 곳, 아이는 지금 어느 곳을 떠돌고 있을까? 슬며시 어제의 조각들도 끼워 넣을지 모르겠다.
엄마는 소리 없이, 형체 없이 아이 곁을 함께한다. 주로 나타나는 시점은 자리를 옮길 때. 아이도 떠나 있으면서 엄마의 손길이 얼마나 섬세하고 든든한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지 않았을까?
▲ 어느새 셀카와 장갑 촬영을 마치고, 출동준비 완료.
▲ 아이가 촬영한 사진들
자, 호텔을 나서기 전 엄마를 만나는 시간.
"이제, 엄마의 주문을 외워볼까?"
"첫째, 가방이 있는가?"
"둘째, 카메라가 있는가?"
"셋째, 지갑이 있는가?"
"넷째, 핸드폰이 있는가?"
여행은 늘 선택을 동반한다. 그 순간의 선택이 매번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아니 취약한 부분에서는 내내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행에서 먹을거리를 정하는 일처럼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더군다나 주어진 선택지가 모두 정답이 아니라 생각 될때는 더더욱 고민에 빠지게 된다. 혼자라면 답을 도출하기 수월하지만, ‘6살 아이와 먹는 아침 메뉴’라는 문제의 답을 찾기란 어렵기만 하다.
결국 아침 내내 보문단지 식당가와 힐튼호텔 부페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듯 왔다 갔다 하다… 결정했다. 익숙지 않은 해외여행지에서도 구세주가 되어 주는 ‘맥도널드!’는 아니고, 그 친척 벌인 ‘스타벅스’로.
결국 들어 오고 말았지만 경주여행에 스타벅스라니...
결국 오늘 아침 메뉴는...
'크랜베리 샌드위치', '피칸파이', '바나나', '오렌지주스',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보니 낯익은 풍경이 떠올랐다.
바로 어젯밤의 과자파티였다.
'괜찮아! 하루정도는'
누구에게 건네는 말인지 독백처럼 튀어나왔다.
하지만, 누군가 내일 아침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해도 난 대답할수 없었을 것이다.
엄마 없는 여행 이대로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