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에서 추억 새기기

6살+아빠와 사진여행 9

by 션표 seanpyo



이 여행을 온전히 떠올리기 위해서는 내 사진만으로 부족하다는 걸 깨달은 건, 아이의 카메라를 열어 본 뒤였다. 많지는 않았지만 아빠가 놓친 여행의 조각들을 잘 담아내고 있는 사진들. 아이의 사진과 그림은 여행을 생생하게 추억하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조력자였다.



불국사로

ⓒ CHAN YU


둘째날 경주에서 행선지로 정한 곳은 불국사, 첨성대, 대릉원 이렇게 세 곳이다. 선정 이유는 기억 속에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었다. 불국사는 워낙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로 붐빌 것 같아서 이른 시간에 가기로 했다.





"어른 하나, 아이 하나요!"

아이가 없어 일어나 확인하는 매표원(숨어 있는 찬유 헤헤^^)


불국사는 입장료 외에 주차장 이용료(1000원)를 별도로 받는다.

티켓 뒷면의 설명을 보니, 불국사의 복원공사가 완성된 해가 1972년이라고 한다. 즉 지금의 모습은 아빠의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모습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자! 이제 불국사다.

여섯 살에게 다가온 늦가을,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불국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함께 걸어가 보자.


… ♩…♩…♩…♩…





입구에서 기념사진 한 컷, 이것 역시 추억이 되겠지.






11월 말, 서울은 잎이 거의 졌는데 경주엔 아직 가을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아까부터 다리를 계속 꼬고 비틀길래 물어보니,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이다. 공대출신의 엄마는 알람을 맞춰놓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되면 화장실을 챙긴다. 마치 삼시세끼 밥을 먹듯 자연스럽게...하지만 아빠는 아이를 살피는 것에 둔감하다.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니 입구 밖에 있다고 한다. 결국 가던 길에서 다시 되돌이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가는 길, 단풍이 아름답다.



ⓒ CHAN YU

같은 곳에서 아빠를 따라 사진을 담은 찬유(머리 위 단풍이 아니라 화장실을 찍었다) 간절함 때문인가?





6살, 가을의 끄트머리

계절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나지만, 살다 보면 그 계절다운 색, 소리, 냄새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이번 가을에는 바쁘게 각자의 일상을 보내다 보니 아이와 단풍놀이를 놓치고 말았다.



뒤늦게 경주에서 만난 가을 색이 다채롭다. 곧 사라지기 때문일까? 마지막 남은 불씨를 태우듯 아름답게 반짝인다.





아이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예쁜 가을을 만나 온전히 둘 만의 시간을 보냈다. 이른 아침에 오길 잘했다. 어쩌면 불국사는 덤 일지도...





불국사에서 추억새기기


늦가을의 터널을 지나 아이가 발견한 것은?




불국사를 처음 보는 아이보다 오래된 기억을 새롭게 갱신하며 설레는 아빠



아이가 서 있는 곳곳에 오래전 내 모습이 어렴풋이 포개졌다. 오래된 수학여행 사진 몇 장으로 남은 기억의 흔적들..



석가탑은 공사 중

아이도 이렇게 자신의 추억창고를 채우고 있구나 생각하니, 애초에 아빠의 기억 새기기를 목적으로 떠난 여행이지만 우리 둘 모두에게 의미 있는 추억이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경주에서 아이와 함께 찍은 처음이자 유일한 사진, 이 사진을 담는 순간, 아빠는 승리투수의 기본 요건을 충족한 선발투수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와 경주에서의 첫 번째 미션을 마칠 수 있었다.



미션 완료 후, 약속이라도 한 듯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만약 가족과의 조용한 불국사 산책을 원한다면 아침 일찍 서두르시길.



아이와의 여행 tip: 아이에게 하루 일정을 단순화해서 모두 알려 준다.

이렇게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하루를 요약해 주고 여행을 시작한다. 중간중간 확인해 주고 여행이 끝난 저녁에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여행이 끝나고 아이에게 사진을 보여 주면 놀랍게도 대부분 기억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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