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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다가서기, 인천에서 제티(jetty)까지

몰디브 구석구석 여행하기 1

by 션표 seanpyo



수상비행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말레에서 경쾌하게 날아올라 우리의 목적지인 콘스탄스 무푸시 리조트까지 약 30분이 소요된다.



우기의 끝자락 10월, 하늘은 희뿌옇고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조종석 앞 와이퍼가 굉음을 내며 좌우로 움직였다.




두터운 구름이 인도양을 어루만지듯 낮게 드리우고 그 존재를 무시라도 하듯 비행기는 고도를 유지한 채 구름 사이를 들락날락했다.





인도양이 품은 보석들은 구름에 가려 이따금 힐끗힐끗 비치더니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몰디브의 섬들은 떠나기 전 사진집에서 느낀 아름다움 증명하듯 그곳에 존재했다.





인도양 가운데 1,000여 개의 산호섬이 모여 몰디브가 되고, 그중 하나가 우리의 몰디브가 된다.




그것이 몰디브 여행이다.













인천공항 -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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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이면 성수기 시즌이 아닌데, 공항에 사람이 꽤 많았다. 다만, 자정 출발 예정이던 싱가포르 항공이 태풍의 영향으로 연착되어 공항에서 갈 곳을 잃은 무국적자처럼 두 시간을 더 체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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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새벽 비행, 공항에 도착한지 8시간이 지난 새벽 3시에 비행기에 올랐다.




6시간 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2시간을 더 기다려 몰디브행 비행기로 환승 한 후, 다시 4시간 15분을 날아가야 말레공항에 도착한다. 그리고 다시 1시간을 대기하고 콘스탄스 무푸시 리조트행 수상비행기에 오른다. 어림잡아도 11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기꺼이 견뎌야 하는 이유는...



목적지가 몰디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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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새벽, 비행기 안에서 잠깐 잠들었다가 몸을 감싸는 한기에 잠을 깼다. 고개를 들어 보니 에어컨이 대형마트의 야채코너처럼 허연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승객들은 추위에 떨며 제공된 이불로 자신의 몸을 빈틈없이 포장한 채소처럼 잠들어 있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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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만에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창이공항은 규모로도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국제공항이다. 우리가 도착한 3터미널에서 말레행 비행기가 있는 2터미널로 환승했다. 각 터미널은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고 sky train으로 이동할 수 있어 이동이 간편하다. 새벽비행으로 피곤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2시간의 연착 덕분에 경유 대기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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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환승하는 여행자들이 많은 공항인 만큼 환승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도 많고, 알아두면 유용한 팁도 많다. 특히, 싱가포르항공은 창이공항에서 경유하는 여행자에게 20불의 바우처를 제공한다. 20불 내에서 사용해도 되고 돈을 보태서 원하는 제품을 살 수도 있다. (거스름돈은 돌려주지 않으니 잘 계산해 보시길...)





몰디브, 말레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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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시간의 비행, 드디어 말레공항에 도착했다. 일 년 내내 연평균 기온차가 변하지 않는 열대의 나라라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덥거나 습하지 않았다. 아마 우기에서 건기로 바뀌는 계절이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떠나기 전 날씨정보에는 비가 올 거라 했는데 다행히 하늘은 파랗고 이 순간만큼은 날씨에 대한 걱정을 단 1%도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였다.




오른쪽 하늘 위로 날아가듯 경쾌한 타이포그래피가 조미료처럼 여행을 맛깔지게 했다. 흡사 일본어와 비슷해 보이기 때문인지 마치 오키나와에 온듯한 느낌.






수상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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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휴양지, 혹은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 오늘은 이분들의 안내를 따라 이동한다. 콘스탄스 리조트 직원들에게 짐을 건네고 친절한 그들의 안내에 따라 수상비행기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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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비행기 탑승장은 말레 공항에서 전용버스로 5분~7분 거리에 있다. 이동하는 중, 버스 창밖을 보니 바다 건너 멀지 않은 거리에 낮은 빌딩이 빽빽하게 늘어선 말레 도심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본래 나의 여행 스타일은 휴양지보다는 저런 풍경속에 있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도시 여행에서 자연체험여행으로 관심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번 몰디브행도 나에겐 휴양지라기보다는 자연여행의 의미가 컸다. 몽골 초원의 지평선과 같은 인도양의 수평선을 가진 섬으로의 여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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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직원의 안내를 따라 콘스탄스 수상비행기 라운지로 이동했다. 라운지는 넓은 공간에 편안한 소파와 간식 등이 무료로 제공되었다. 수상비행기 역시 정해진 운행시간이 있어 이곳 라운지에서 대기한다. 말레에서 출국시에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비행시간에 맞춰 이곳에서 대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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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따라 반대편으로 가면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볼 수 있다.





바로 수상비행기 이착륙장이다. 무려 에메랄드 빛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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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 전 대합실을 지나 잠깐 엉덩이를 붙인 후, 다시 비행기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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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비행기의 내부 오른쪽은 2인 좌석, 왼쪽은 1인 좌석이다. 비행기는 직항은 아니며 해당 지역으로 이동한 후 인근에 있는 몇몇 리조트를 경유하는 형태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더니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앞쪽에 앉아 있어 조종석이 훤히 보였는데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클래식한 대시보드를 가진 운전석이었다. 소음이 크다고들 하는데(비행기를 탈 때 귀마개를 나눠주었다.)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기름냄새 쪽이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바다에서의 이륙은 처음이다. 작은 비행기라 많이 흔들릴 거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안정적이고 흔들림도 적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바로 날씨였다. 흐린 날씨에 구름까지 바다를 가려, 사진 촬영이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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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에 비치된 잡지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잔뜩 기대했지만, 결국 긴 비행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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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졸다 깨었을 때 가장 눈에 띈 건 조종사의 발이다. 작은 수상비행기라지만 승무원들이 제복도 갖춰 입고, 출발 전 안전 수칙도 간단하게 이야기하는데... 슬리퍼에 맨발이라니, 재밌다. 이후 리조트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슬리퍼나 맨발이다 보니, 이 나라에 신발가게가 있다면 한 번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구름은 걷히고 몰디브의 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날아가는 것인지,





구름이 지나가는 것인지,





혹은 바다 위의 섬이 흘러가는 것인지






섬은 긴 노를 좌우로 벌려 수평을 유지한 채 인도양을 떠도는 커다란 바다생물로 보이기도 했다. 말레공항을 기준으로 가까운 거리의 섬들은 쾌속선을 이용해 이동하고, 먼 거리는 이렇게 비행기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수상비행기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어트랙션이라 할만했다. 이왕 몰디브를 간다면 수상비행기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추천해 드립니다.




비행기는 잠시 후 천천히 고도를 낮췄다. 점차 인도양파란 바다의 텍스처가 디테일을 드러냈다.

잘 다진 반죽 같은, 그러니까 동해나 하와이에서 볼 수 있는 큰 파도는 없었다. 성수기인 11월부터 3월까지는 이런 잔잔한 바람마저 사라져 잘 닦은 유리 쟁반 같은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잠시 후, 인도양 어딘가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바다 위에 착륙, 이런 경험은 조금 전 말레에서 바다 위 이륙 이후 처음이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널찍한 선착장에 두 외국인 여행객을 내려놓았다. 근처 리조트에서 나온 배는 그녀들을 싣고 사라졌다. 다음 정류장을 향해 출발하는 버스처럼 비행기는 가볍게 다시 날아올랐다.





콘스탄스 무푸시 몰디브 리조트

다음 정거장은 우리 차례, 콘스탄스 무푸시 몰디브 리조트였다. 이로써 우리의 기나긴 비행이 끝났다. 하늘은 몰디브와의 첫 맞춤을 축하해주듯 잠시(정말로 잠깐) 구름 속에 감춰둔 해를 꺼내 들었다.




대부분의 비행기 탑승객들이 이곳에서 내렸다. 무푸시에는 유럽인들이 많았고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물론 결혼시즌이 아니어서 일수도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천천히 들어 보기로 하자.




무푸시는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 인근에 위치해 있어 다이버들에게 사랑을 받는 지역이라 한다. 콘스탄스 무푸시 몰디브의 심벌은 쥐가오리(Manta ray)를 형상화했는데 이때는 그저 인근에 쥐가오리가 많아 상징적으로 사용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무푸시 리조트가 가오리 모양을 가진 라군이라는 사실은 지내는 동안 전혀 알지 못 했다. 우리가 묵었던 워터빌라 인근 해변만 즐겼는데 사진을 보니 근사한 스노클링 포인트가 너무나 많았다. 면목없게도 다녀와서야 리조트의 진면목을 알게 된 셈이다.




휴양지는 가서 푹 쉬다 오면 되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이 작은 낙원조차 알고 즐기면 재미가 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에게는 이미 과거의 여행이지만 여러분을 위한 여행기는 이제 시작이다.




하얀 모래섬 위에 열대식물들이 숲을 이룬 라군, 무푸시로 느린 걸음을 옮겨본다. 몰디브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동행해주시길...





몰디브 무푸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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