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구석구석 여행하기 2
휴양지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휴양지'하면 따분한 이미지만 상상하게 되어 좋아하지 않았지만 말레에서 무푸시까지, 30분의 짧은 여정에서도 미지의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여행의 시작, 이후로 펼쳐질 것을 누릴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몰디브는 크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나는 머물고 편히 쉴 수 있는 무푸시 만의 프라이빗 한 공간이고, 나머지 하나는 몰디브를 만끽할 수 있는 자연환경과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시설과 서비스다.
비행기가 내려앉은 선착장에서 긴 제티를 건너 섬으로 들어오면 오른편에는 방문자를 위한 리셉션이, 왼편에는 만타 바(manta bar)가 있다. 그리고 길을 가로막은 이정표가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시설에 대한 대략의 방향을 알려준다.
몰디브의 빌라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섬 안쪽 육지 위에 만들어진 빌라를 '비치빌라'라 하고 육지와 연결된 제티 위에 만들어진 빌라를 '워터빌라'라 한다.
워터빌라라 하면 보통 긴 제티(나무다리)로 연결되어 물 위에 있는 집을 상상했는데 무푸시의 왼쪽 사이드의 워터빌라는 뒤편에 메인 비치가 있는 비치빌라의 형태였다.
하지만 현관으로 들어서면 워터빌라임을 실감하게 되는데 백사장의 끝, 경사로에 걸쳐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실내는 바다를 향해 커다란 창이 나 있어 침대에 누워서도 시원하게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구조다. 커튼은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얇은 커튼과 암막 커튼, 이중으로 되어있다. 실내의 조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으나 창이 커서 지내는 내내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발코니로 나서면 인도양이 보인다. 바라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왼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만날 수도 있다.
발코니에 들어서니 인도양의 파도소리가 긴 달팽이관을 따라 밀려왔다. 잔잔하지만 가볍지 않은, 마치 바다 위 텅 빈 공간을 소리로 가득 채운 듯.
눈을 감은 채 걸어와 보았다면 뱃머리라 착각할 정도의 시원한 풍경이었다.
인도양 바다 한가운데라는 실감, 그때 휴양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머무는 곳과 즐기는 공간이 맞닿아있어야 진정한 휴양지라 할 수 있다
프라이빗 한 공간과 즐길 수 있는 자연환경이 닿아있는 곳이야말로 진정한 휴양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예컨대 하와이 호텔에서 와이키키 해변에 가려면 튜브를 포함한 각종 짐을 들고 객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와, 풀장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 (호텔에 따라) 신호등을 대기하고 차 길을 건너야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백사장이 짧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 경험을 휴양이라 한다면 몰디브에서 만난 환경은 그 이상의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이렇게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공간에 한 가지 남은 것은 이곳에 서 채워야 할 나의 시간뿐이었다.
혹시나 챙겨 간 스노클링 장비 덕에 예상치 못 했던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워터빌라의 계단 바로 아래, 무릎을 살짝 올라오는 낮은 수심부터 산호와 열대어가 가득했다.
30미터 앞으로 나가면 바닷속 절벽이 있다. 발코니에서도 육안으로 선명히 보이는 색의 경계. 이곳에서 선명한 마린 블루를 감상할 수 있었다.
무푸시에서 머문 이틀간 틈만 나면 바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거북이, 복어, 문어, 이름을 알 수 없는 온갖 열대어, 바다 깊은 곳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곰치까지 다양한 바닷속 생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푸시 리조트는 오리발 및 스노클링 장비 대여가 무료로 가능하며(메인 비치 보트하우스에서) 다이빙센터에서는 고프로 대여도 가능하다.
그리고 발코니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기다리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인도양의 매직 아워를 만날 수 있다.
곧 깊은 바닷속 같은 어두움이 내려앉는다.
그동안 여행은 늘 한정된 시간에 쫓겨야만 했다.
몰디브의 여행은 'no news no shoes' 슬로건처럼 스마트폰의 시계도 잊고
나만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했다.
이전편 보기
다음편 보기
Seanpyo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