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워렌버핏의 뉴욕타임즈 칼럼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뉴욕으로 여행을 왔습니다. 금융의 중심을 지나면서 25년 한해 투자를 복기해봤습니다.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인상깊으면서도 아쉬운 건 ‘워렌버핏‘의 은퇴 소식이었습니다. 투자로서도, 살아가는 삶의 방식 전반에서 닮고 싶은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썼던 뉴욕타임즈의 한 칼럼 이야기를 블로그에 담아봅니다. 2008년의 글이지만, 지금도 많은 울림이 있습니다.
은퇴하는 마지막까지 정말 한결같은 분이었네요.
미국을 사십시오. 저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워런 E. 버핏
2008년 10월 16일
오마하
지금 금융 세계는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이 혼란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금융 시스템의 혼란이 이미 실물 경제로 번져, 이제는 단순한 누수가 아니라 거센 흐름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실업률은 오를 것이고, 기업 활동은 둔화될 것이며, 신문 헤드라인은 계속해서 불안한 소식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미국 주식을 사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개인 자산에 관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저는 미국 국채 외에는 아무것도 보유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지분은 전부 자선 기부로 묶여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제외하겠습니다.) 만약 주가가 지금처럼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제 비(非)버크셔 자산은 전부 미국 주식으로 구성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고요?
제 매수 판단에는 아주 단순한 원칙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러울 때는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는 탐욕스러워하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분명 두려움이 시장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오랜 경험을 가진 투자자들조차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물론 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높거나 경쟁력이 약한 기업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미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건전한 기업들의 장기적인 번영까지 의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 기업들은 앞으로도 늘 그래왔듯 일시적인 실적 부진을 겪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5년, 10년, 그리고 20년이 지난 뒤에는 새로운 이익 기록을 세우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저는 주식 시장의 단기적인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한 달 뒤에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혹은 1년 뒤에는 어떨지 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시장은 투자 심리나 실물 경제가 회복되기 훨씬 이전에, 어쩌면 상당한 폭으로 먼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만약 봄을 알리는 새가 날아오르기를 기다린다면, 그때는 이미 봄이 지나가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조금 과거를 돌아보겠습니다.
대공황 시기, 다우지수는 1932년 7월 8일에 41이라는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그 이후에도 계속 악화되었고,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취임한 1933년 3월까지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은 이미 그 시점까지 30퍼센트 상승해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럽과 태평양 전선에서 미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였지만, 주식 시장은 연합군의 전세가 호전되기 훨씬 전인 1942년 4월에 이미 바닥을 찍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역시 그렇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하고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었던 그 시기가, 돌이켜보면 주식을 사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었습니다.
요컨대, 나쁜 뉴스는 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그것은 미국의 미래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 시장의 흐름은 분명 긍정적이었습니다. 20세기 동안 미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 수많은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석유 파동, 독감 유행, 그리고 불명예스러운 대통령의 사임까지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우지수는 66에서 11,497까지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상승이 있었던 세기였음에도, 돈을 잃은 투자자들은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마음이 편할 때만 주식을 샀고, 신문 헤드라인이 불안해지면 곧바로 주식을 팔아버렸습니다.
오늘날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계신 분들은 비교적 안도감을 느끼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금은 장기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자산입니다. 거의 아무런 수익도 주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현재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취할 정책들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현금 자산의 실질 가치를 더욱 빠르게 잠식할 것입니다.
앞으로 10년을 놓고 본다면, 주식은 거의 확실하게 현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입니다. 아마 그 차이도 상당할 것입니다. 지금 현금을 고수하는 투자자들은 나중에 현금에서 벗어날 시점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퍽이 있었던 곳이 아니라, 앞으로 갈 곳을 향해 움직인다.”
저는 주식 시장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단기적인 시장의 방향에 대해서는 저 역시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한 식당의 광고 문구를 떠올립니다. 텅 빈 은행 건물에 문을 연 그 식당은 이렇게 광고했습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돈으로 보여주십시오.”
오늘 제 말과 제 돈은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주식입니다.
* 원문 : https://www.nytimes.com/2008/10/17/opinion/17buffet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