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STILL LEGEND, 2022 NFL 하프타임 쇼

by 성우

2022년 미국 NFL 하프타임쇼가 끝났다.


힙합의 베토벤이라고 불리는 닥터 드레와 스눕독, 에미넴 등 미국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이끌었던 드레 사단이 총출동한 무대였다. 이들의 무대는 단지 15분뿐이었지만, 한 시대가 느껴지는 깊이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온 미디어와 SNS에서 후속 리액션이 쏟아져 나왔다.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이 열리던 때였지만, 세상의 관심은 이번 무대에 더 있는 듯했다. 실제로 미국 슈퍼볼 시청자가 1억 1,230만 명이 넘었다. 나름 재밌있게 느꼈던 부분을 자유롭게 기록하고자 한다.


1. 모든 게 GOAT, GOAT, GOAT…!


NFL 슈퍼볼은 단순히 우승자를 가리는 스포츠 경기만은 아니다. 미식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챙겨보게 되는 이 행사는, 하나의 지구촌 문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축제에는 다양한 출연자가 있다. 먼저 미식축구 우승컵을 두고 등장하는 스포츠팀 선수들이다. 각 팀에는 수십 명의 선수들이 저마다의 스토리와 역할을 갖고 등장한다. 이번에는 양 팀의 대비도 선명했다. 베테랑이 뭉쳐 22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LA램즈와 20대 초중반의 신예로 가득한 신시네트 뱅골스의 대결. 온갖 미디어가 경기 시작 전부터 다양한 콘텐츠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매번 하프타임쇼에 등장하는 아티스트들이 또 다른 메인 출연자다. 스포츠 경기 중반 쉬는 시간인 하프타임에, 매년 당대 최고의 가수가 경기장을 무대 삼아 10분 중반 남짓 동안 공연을 펼친다. 마이클 잭슨, 폴 매카트니, 보이즈 투맨, N Sync, 브리트니 스피어스, 비욘세…. 공연의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지만, GOAT(Greatest of all time)를 뽑으라면 역시 마이클 잭슨의 무대다. 다행히 유튜브에서 쉽게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93년도에 이런 무대라니? - 출처 the Neveda Sagebrush


당대 최고의 기업도 이 행사에 함께한다. 슈퍼볼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이라고 할 정도로, 어떤 기업이 어떤 창의력이 담긴 광고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사다. 올해 슈퍼볼 광고 단가는 NBC 방송 기준으로 30초에 700만 달러(약 84억 원)이라고 한다. 1초에 2억 8천만 원이 드는 셈이다. 광고는 게임 전후로 약 60개 정도 송출할 수 있다고 한다. 1억 명 이상에게 노출할 수 있는 기회이다 보니, 수요와 공급 원리에 의해 가격이 높은 건 당연한 것도 같다. (아무리 그래도..?) 아마존, 구글, 코카콜라처럼 세계적 브랜드를 주로 만날 수 있는데, 올해는 우리나라 브랜드인 기아(KIA)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08년부터 광고를 집행해 오다가 작년부터 하지 않고 있고, 기아는 2010년부터 광고를 해왔다가 작년만 건너뛰고 올해 다시 참여했다고 한다.


10 Best Super Bowl Commercial - 출처 유투브


펩시의 경우 TV 광고 마케팅은 제외하고, 하프타임쇼에 모든 마케팅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펩시 하프타임 쇼’라고 네이밍이 되어있다. 그런데 펩시는 2012년부터 하프타임쇼를 후원해왔는데, 계약 만료 시점이 올해까지라고 한다. 2023년부터는 어떤 기업이 하프타임쇼 후원을 진행할까? 여전히 펩시가 후원할 것인지, 아니면 코라콜라는 갑자기 등장할지?



2. 동과 서의 만남, JAY-Z와 닥터 드레


이번 무대 기획에는 Jay Z 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Jay Z는 락 네이션(Roc Nation)이라는 미국 최대의 힙합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다. 락 네이션은 2008년에 Jay Z가 설립한 힙합 레이블이다.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라고 할 수 있다. 엘리샤 키스, 제이 콜, 리한나, 빅션, DJ칼리드, 등 여러 아티스트를 두고 있다. 카일리 어빙, 케빈 데 브루잉, 루카쿠처럼 스포츠 선수를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박재범(Jay Park)이 2018년에 락 네이션 최초의 아시아 아티스트로 영입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박재범이 스스로 ‘손흥민, 봉준호, BTS, J Park’이라고 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 락 네이션이 2019년부터 미국 미식축구 협회인 NFL과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Jay Z의 기획력으로 힙합의 동과 서와 만나는 공연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Jay Z는 미국 동부 힙합을 대표했었고, 닥터 드레는 미국 서부 힙합의 아이콘이었다. 아래 영상에서 스눕독이 “Jay Z가 우리를 데려오려고 NFL과 한바탕 했다(Jay Z went to war w/NFL to get us on Super Bowl Halftime Show.)”라고 하는 걸 보면, 이번 공연이 이루어지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공연 추진하느라 JAY-Z가 NFL이랑 한바탕 했어요" 아주 솔직한 Snoop Dogg


NFL이 락 네이션과 파트너십을 맺게 된 계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시작점은 ‘콜린 캐퍼닉’ 이슈였다. 콜린 캐퍼닉은 NFL 선수로, 2016년 경기 시작 전에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시작한 인물이다. 이 당시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미국 전 사회가 난리였을 때였다. 캐퍼닉은 2017년 자유계약 선수가 됐을 때 아무도 자신을 원하는 팀이 없어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때 나이키가 콜린 캐퍼닉과 광고 모델 계약을 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이슈가 이어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2019년 미국 슈퍼볼은 애틀랜타에서 열렸다. 애틀랜타는 미국 사회에서 힙합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라, 대부분의 팬들은 역대급 힙합 공연이 펼쳐지겠구나 예상했었다. Migos, Future, Gucci Mane 등 애틀랜타 출신의 화려한 래퍼들이 많아서 이들 중 한 명만 나와서 엄청난 무대가 되겠거니 기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트럼프 정권 아래, 인종차별로 전 사회가 논란인 상황에서, 유명한 흑인 뮤지션들이 슈퍼볼 출연을 계속해서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였고, NFL은 이 상황에서 누가 봐도 백인 가수인 Maroon5를 섭외하게 된다. 그리고 2019년 하프타임쇼는 역대급 폭망이었다는 평을 남긴다.


이 상황을 겪은 NFL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는지(?), 락 네이션과 협업을 시작한다. 이들이 처음 기획한 무대의 주인공은 샤키라와 제니퍼 로페즈였다. 이 둘의 공통점은 남미 혈통이라는 점이다. 샤키라는 콜롬비아 출신이고, 제니퍼 로페즈는 부모님이 푸에르토 리코 출신이다. 2020년 슈퍼볼은 마이애미에서 열렸는데, 마이애미는 플로리다 주에 있는 도시로, 중남미 인구가 상당한 곳이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Maroon5 공연 영상과 댓글을 본 후, 샤키라 & 제니퍼 로페즈 영상을 보면 확 체감이 된다. 영상을 보고 나면 남미 특유의 흥에 몸이 들썩거리며, 남미 여행을 꿈꾸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어 2021년에는 슈퍼볼 하프타임쇼 역사에 길이남을 무대를 만들어버린다. 21세기의 마이클 잭슨이라고 불리는 The Weeknd가 등장했다. 어떤 게스트도 없이 혼자서 공연을 펼치고, 대부분 라이브로 소화해버렸다. 코로나 상황에서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 스태프와 댄서만 남기고 혼자서 공연을 이끌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주최 측 예산이 부족해, 78억 원을 자비로 추가로 들여서 만든 무대였다. 합창단, 바이올린 오케스트라, 폭죽, 슈퍼카, 화려한 세트장으로 한 편의 뮤지컬을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출처 - NewYork Times


The Weeknd라는 위대한 공연 이후에, 어떤 가수가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락 네이션은 해내고 만다. 힙합의 시대를 만들고 이끈 West Coast의 닥터 드레 사단을 소환해 내고야 만다. 역대급! 미친! 라인업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스타들이 출동했다. 닥터 드레, 에미넴, 스눕독, 메이 제이 블라이즈, 켄드릭 마라,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깜짝 등장한 50cent까지. 사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았겠지만, 이 무대에는 2Pac도 함께 한다.


공연의 피날레 Still Dre 노래가 나오기 전에, 닥터 드레가 피아노로 2Pac의 ‘I ain’t mad at cha’를 연주하는 부분이었다. 2Pac은 1991년 닥터 드레의 레이블 데스 로우 레코드 소속되어, 활동하던 래퍼였다. 여러 명곡을 만들며 전설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지만, 1996년 9월 총격 사고로 사망한 비운의 가수이기도 하다. 그의 실력과 드라마틱한 삶의 이야기 때문인지, 힙합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였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너무나 살찐 모습에 인플레이션이라고 놀림 받은 50cent


락 네이션과 NFL의 다음은 어떠한 모습일까? 이 둘의 파트너십이 정확히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2022년 하프타임 쇼가 벌써 기다려지는 게 사실이다. 혹시 정해진 게 있나 해서 검색해보니, 아직은 명확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재밌게도 Billboard.com에서 2023년 하프타임 쇼 아티스트 팬투표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후보 중 맨 상단에 BTS가 있다. 팬심을 더해 BTS에 투표했다. 결과를 보니 22년 4월 기준으로 BTS가 무려 54%로 1등이다. 재미 삼아하는 투표지만, 정말로 우리나라 가수가 슈퍼볼 무대에 출연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21세기는 온갖 상상이 현실로 되어가는 시대가 아니던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왠지 아닐 것 같다. 'JAY Z 대표님, 한 번 고려해주세요' '아니면 강남스타일이라도'.



출처 - NewYork Times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