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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우 Mar 11. 2020

화상회의도 규칙이 있다


화상 회의.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회의. 화상 회의는 여러모로 아주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화상 회의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스크린을 보고 대화하는 건 꽤나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스크린에서는 주로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집니다. TV, 컴퓨터 모니터, 핸드폰을 보면서 보통 대화를 나누지는 않습니다. 화면에 떠오른 무언가를 보고, 가만히 들을 뿐이죠. 키보드로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말로 하는 것보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게임을 할 때 마이크 달린 헤드셋을 쓰는 것처럼요.


당연합니다. 화상회의가 어려운 것은요. 그렇지만 화상회의는 전통적인 면대면(face to face) 커뮤니케이션에서 주지 못하는 가치를 지닌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얼굴을 마주 보며 생각을 나눌 수 있습니다. 미팅하러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탈 필요도 없습니다. 불필요하게 보고서를 출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온라인 화면에 공유하면 되니깐요.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Google Hangout, Zoom과 같이 화상회의를 위한 솔루션 서비스를 언제든 무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정 수준의 인터넷 환경만 된다면, 버벅거림과 딜레이 없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빠르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는 더 쉬운 일입니다. 예전 9시 뉴스를 보다 보면 앵커와 해외 특파원이 대화를 나누던 장면 기억나시나요. 질문과 답변 사이 몇 초의 적막. 그런 것 이제는 없습니다.


보통 기술이 먼저 나오고, 사람과 제도는 거기에 적응한다고 합니다.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라고 불리는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는 화상회의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IT 환경과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화상회의 솔루션 회사 Zoom의 CIO 해리 모슬리는 소통이 재정의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세대에게 소통은 전선으로 연결된 어떤 장치를 집어 드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재정의된 소통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어떤 장치든 대화 상대가 몇 명이든 상관없어요. 누구든 영상, 음성, 이미지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바뀌지 않는다는 교육 현장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한 교수는 출결을 트위터로 합니다. 리포트는 메신저 슬랙으로 하고, 늦은 저녁 시간에는 화상 회의 서비스 Zoom을 이용해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화상회의는 꽤 어색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어색함이 익숙함으로 변해가는 시대입니다. 새로운 세대와 기술의 등장에 따라 당연하게 여겨온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점차 달라지는 그 과도기에 있는 상황입니다. 마차의 시대에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와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타는 것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던 시대였죠. 그 당시 가장 중요한 점은 자동차에 맞는 규칙을 정립하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화상 회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면대면 회의의 규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화상회의만의 새로운 규칙이 필요합니다. 조금 더 효과적인 생산성 있는 회의를 위해서라면요. 아래는 더 나은 화상회의를 위한 5가지 팁입니다.


1) 화상회의 환경 구축하기


오프라인에서 회의할 때 회의실, 탁자, 칠판 등이 필요한 것처럼, 화상회의에도 준비할 것이 있습니다. 화상회의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먼저 적당한 사양의 노트북이나 컴퓨터가 있어야겠죠. 그리고 얼굴을 비출 수 있는 카메라가 있어야 합니다.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캠 카메라가 있어야 합니다. 마이크도 필수겠죠. 노트북에 마이크 기능이 내장되어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이크 기능이 부착된 이어폰 또는 헤드폰을 연결하여 사용하는 법입니다.


또한 화상회의에 적합한 공간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주변이 너무 시끄럽다면, 예를 들어 카페에서 스피커 옆쪽에 앉아있다면 소음이 마이크에 다 들어올 것입니다. 조금은 조용한 공간이 좋구요. 집이라면 나만의 방이 가장 적합할 것입니다. 화상 회의를 중간에 방해할만한 요소는 없는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아이가 있거나 반려동물이 있는 경우라면 회의 중간에 느닷없이 등장할 때가 많습니다. 화상회의를 하며 종종 만나는 귀여운 순간이기도 하지만, 만약 그 회의가 매우 중요하다면 매우 난감할 수 있습니다. 부산대학교 로버트 캘리 교수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빠의 인터뷰 현장을 급습했던 이야기, 기억나시나요? 너무 귀엽고 재미난 순간이었지만, 그 당시 캘리 교수는 등골이 서늘했지 않았을까요 :)


* Key point  

영상과 마이크가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하기(화질과 음향이 좋은지까지 테스트 필수)  

화상회의를 하기에 적절한 공간인지 확인하기(카페라면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 옆자리는 안 되겠죠)  

화상회의를 방해할 만한 점은 없는지 확인하고 대비하기(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다면 잠시 방문을 잠가놓아요. 혹시 그렇게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회의 구성원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요)  

기타(집에서 화상 회의에 참석할 때 혹시 모르니 복장 점검하기. 상대방의 눈 보호를 위하여.)  



2) 회의 시작 시간 ≠ 회의 접속 시간


회의가 오전 11시라고 한다면, 언제 화상회의에 접속해야 할까요? 딱 맞는 답은 없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있습니다. 회의 시작 시간에 딱 맞추어 접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죠. 저의 추천은 적어도 5분 전에는 접속하는 것입니다. 미리 접속하여 영상과 소리는 잘 나오는지도 체크하고, 더불어 상대방은 잘 나오는지, 목소리가 잘 들리는지도 확인해봐야 할 겁니다. 회의 시작 시간에 모두 들어와서 체크하기 시작한다면, 불필요한 소모 시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화상회의에서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들려요~?' '마이크가 꺼져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키죠?' '얼굴이 잘 안 보여요~'와 같은 경험. 화상회의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저의 경우에는 컴퓨터가 갑자기 꺼져버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8명이 회의를 하는데, 그날따라 노트북으로 작업을 동시에 많이 돌리고 있던 터라, 회의 초반에 과부하로 꺼져버린 거죠.


화상 회의는 오프라인 회의보다 때로는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의 탓으로 시간이 낭비되는 것은, 나머지의 시간도 똑같이 빼앗아간다는 점을 이해하고 서로가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Key point  

    회의 시작 5분 전까지는 접속하여 준비 상태를 확인한다  

    오프라인 미팅과 마찬가지로 서로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배려한다  


3) 본인을 숨기지 말아요


화상 회의는 전화 통화가 아닙니다. 오프라인에서하던 면대면(face to face) 회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자리입니다. 오프라인 회의의 장점은 한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분위기와 느낌 맥락을 이해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명이 질문을 했을 때 상대방이 답이 없다면, 현장에서는 상대방이 생각하는 중이구나라는 걸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화 통화에서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들려요? 전화가 끊어진 건가?'라고 되묻지 않는 이상요.


화상회의는 그래서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게 중요합니다. Google Hangout이나 주요 화상 솔루션 서비스를 보면, 본인의 화면을 버튼 하나로 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빈번하게 활용하는 건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자주 사용하다 보면 '얼굴이 부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숨길 수가 있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유가 아니라면 본인을 드러내길 바랍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UCLA 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이 쓴 [사일런트 메시지]라는 책에서 소개한 법칙인데요. 이분이 우리가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는가 연구를 해봤더니, 우리가 중시하는 언어는 7%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청각으로는 38%이고 시각으로는 무려 55%나 차지했다고 합니다. 일명 55:38:7의 법칙입니다. 화상회의에서 시각을 단절하게 되면 우리는 매우 한정된 정보 습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1년 미국 애리조나 총기 사건이 기억나시나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 추모 연설 중에, 아홉 살 희생자 소녀를 언급하다 약 51초 정도 침묵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울음을 애써 참느라 그랬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 침묵을 바라보았기에 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Key point  

    화상회의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자리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적절한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  



4) 참석 인원과 진행자를 설정하기


대부분의 회의는 목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현황을 공유하는 목적일 수도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회의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회의는 정해진 시간이 있습니다. 끝장토론처럼 답이 날 때까지 고민할 수도 있지만, 실제 회사에서는 회의에 그렇게 시간을 쏟을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에 회의는 정해진 시간 내에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입니다. 화상회의도 마찬가지이고요.


먼저 회의 참석 인원을 한정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회의가 아닌 이상, 너무 많은 참석자는 오히려 토론에 지장을 줍니다. 모두 다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의견 조율도 쉽지 않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의 '피자 두 판의 법칙'이 좋은 참고 사례입니다. 회의 참가자 수가 피자 두 판으로 식사를 마칠 수 있는 규모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피자 두 판이면 16조각이고, 1인당 2조각씩 먹는다고 하면 8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화상회의에서는 8명까지는 너무 많을 수도 있습니다. 화면에 8명 모두가 나온다면 모니터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우 작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를 제외하고 4명 정도를 화면에 2X2 형식으로 보인다고 생각했을 때, 화상회의 시 토론이 가능한 최적의 인원은 5명 정도가 가장 적당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의 진행자를 정해야 합니다. 진행자가 없다면 누가 말을 꺼낼 때까지 멀뚱멀뚱 화면만 다들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답하기 조금 어려운 사항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겠죠. 일반적으로 진행자는 회사 상급자가 담당하는 게 제일 수월합니다. 모두를 이해하며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담당자가 진행해도 좋습니다. 핵심은 누군가는 회의를 촉진 시키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상 회의를 할 때 회의 진행자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하면 좋습니다.


회의 시작 전  

    참석자들에게 회의 및 준비 사항 리마인드 안내(10분 전)  

    모두가 회의 시작이 가능한지 여부 확인 (음향, 화면 등 문제없는지 체크)  


회의 시작 후  

    회의 목적과 순서에 따른 회의 진행  

    한 명의 답변이 길어지는 경우 적절한 개입으로 발언권을 넘기기  

    답변이 없거나, 타이밍을 못 잡고 발언 기회를 못 얻는 이가 있을 때 적절하게 개입하기  

    중간중간 모두가 회의에 잘 참석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현재까지 잘 안 들리거나 문제 있으신 분 계신가요?라며 물어보기)  


* Key point  

    토론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참석 인원을 설정한다  

    진행자를 선정하고 진행자는 더 나은 회의를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한다  


5) 관찰자를 통한 피드백 받기


대부분의 사람에게 아직 화상 회의는 익숙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화상 통화는 많이 해보았을지라도 화상 회의는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그렇기에 화상 회의를 하며 모두가 동일한 수준으로 적응하고 이해하기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하는 시간은 서로의 나이, 환경에 따라 아주 다릅니다. 예를 들어 리모트 워크가 일상인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과 공공 기관에서 업무를 경험한 사람이 이직한 회사에서 동료로 만난다고 상상해볼까요. '화상회의를 왜 해야 하는 가'에 대한 필요성부터 인식이 다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화상회의가 별로라고 생각하고 하면서 회의감을 느끼더라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회의를 할 때 관찰자를 설정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관찰자는 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회의 참석자와 오가는 대화들을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회의 중에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도, 개입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의를 마무리할 때, 관찰자는 보고 느낀 점을 공유합니다. 오늘 회의에서 어떤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다음에는 어떠한 부분이 보완되면 좋을지에 대해서까지두요.


관찰자는 매 회의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담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의가 매번 진행됨에 따라 서로가 생각하는 점들은 계속 공유되고 보완하여 더 나은 회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4명이 진행하는 회의를 상상해볼까요? 이들이 회의마다 한명씩 돌아가며 관찰자를 담당했을 경우, 5번째 회의를 진행할 때쯤 되면 4명 모두의 피드백이 반영된 훨씬 더 나은 회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Key point  

    화상 회의는 계속해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매회의 마다 관찰자를 설정하여 좋았던, 아쉬웠던, 보완했으면 하는 점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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