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6z가 운영하는 'Speedrun'이라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들어보셨나요? 기존의 투자 방식과는 다르게, Speedrun은 아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과감한 실험인데요. 올해 모집 공고를 보니, 이 프로그램이 이제는 a16z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는 인상이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자세한 내용은 Andrew Chen의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a16z는 Speedrun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최대 100만 달러까지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선발된 창업자들은 최대 100만 달러 투자와 함께, AWS, OpenAI, Microsoft 등 주요 파트너사의 5백만 달러 상당 크레딧을 지원받고, 90일 동안 밀착 멘토링을 받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술, 엔터테인먼트, AI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지원 마감은 2025년 5월 11일, 프로그램은 7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90일(12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습니다.
프로그램은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합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를 맞추고, 함께 참여하는 코호트(동기생)들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그 후 바로 빠른 제품 개발(Rapid Product Development)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는 창업자가 **MVP(최소 기능 제품)**를 어떻게 구상하고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한편,
초기 고객 확보(Customer Acquisition), 디자인 파트너십 구축(Design Partnerships) 같은
핵심 주제들도 함께 다루게 됩니다.
프로그램 전체 기간 동안 제공되는 주요 교육 주제
브랜드 구축 & 시장 진입 전략 (Brand Building & Go-to-Market Strategy)
: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고, 마케팅 및 제품 중심 성장을 이끄는 방법
고객 확보 & 제품 출시 (Customer Acquisition & Launch)
: 초기 고객을 확보하고, 효과적인 제품 런칭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
투자 유치 & 전략적 파트너십 (Fundraising & Strategic Partnerships)
: 투자자에게 피칭하고, 투자 유치를 성공시키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법
팀 빌딩 & 운영 확장 (Team Building & Operational Scaling)
: 성과를 내는 초기 팀을 만들고,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준비하는 방법
커뮤니티 구축 & 기업 대상 세일즈 (Community & Enterprise Sales)
: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첫 번째 엔터프라이즈(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
제품-시장 적합성 확보 & 데모데이 준비 (Product-Market Fit & Demo Day Prep)
: 시장에서 제품의 반응을 점검하고, 프로그램 마지막에 열리는 데모데이(Demo Day)에서 성과를 발표할 준비
Speedrun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이유는, a16z가 그간 고수해오던 대규모 투자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초기 창업자의 가능성에 빠르고 깊게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원래 a16z는 보통 10~20 million USD 단위로 Series A 이후 성장 단계 스타트업에 강했습니다. 하지만 Speedrun은 Pre-seed/Seed 단계의 아주 초기 스타트업에, 최대 1 million USD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을 빠르게 투자합니다. 즉, 가능성 있는 창업자(first-time founders)를 더 이른 시점에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전략적 변화입니다.
또한 Speedrun은 단순한 투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90일간 집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a16z 파트너들이 1:1 및 소그룹 형태로 밀착형 액셀러레이팅을 제공합니다. 과거와 달리, 짧고 밀도 높은 실전형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창업 여정에 뛰어드는 셈입니다. AI 혁명 이후, 빠르게 실행하고 시장을 점령하는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Speedrun은 **3개월 안에 MVP(최소 기능 제품)**을 완성하고 세상에 런칭하는 데 집중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한 셈이죠.
기존에는 이미 매출이 나오고 성장세가 입증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면, Speedrun은 아직 매출이 없는 단계라도, 기술력과 팀의 포텐셜을 보고 과감히 투자합니다. '수익성/매출'보다는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 변화입니다.
a16z는 왜 이런 변화를 선택했을까요.
(1) AI 혁명과 기술 주기의 가속화
AI, 생성형 AI 같은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신생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제품 출시와 시장 점유까지 걸리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훨씬 짧아졌습니다. 이제 느긋하게 성장 과정을 지켜보다가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초기에 빠르게 붙잡고, 밀착 지원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2) 좋은 창업자 쟁탈전
지금 유능한 창업자들은 전통적인 창업 루트를 따르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바로 창업하고, 2~3개월 안에 MVP를 들고 나오는 시대입니다. OpenAI, Anthropic, Mistral 같은 AI 스타트업들이 보여준 초고속 성장은 이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a16z는 이 인재들을 남보다 빨리 발견하고 손잡기 위해 Speedrun을 시작했습니다. AI 시대는 창업자가 진짜 귀해졌고, 먼저 손을 내미는 VC가 승리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3) 기존 대형 투자 전략의 한계
a16z는 원래 초대형 펀드를 조성해 Series B, C 이후 성장 스타트업에 투자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상장(IPO) 일정이 늦어지고, 성장 둔화 리스크가 커졌습니다. 특히 2022~2023 테크 버블이 꺼진 이후, 대형 투자 전략만으로는 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을 체감했을 겁니다. 이제는 아주 초기부터 작게 투자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여러 개 키우는 것이, 리스크를 분산하고 성장 기회를 확대하는 데 더 유리해졌습니다. 대형 투자에서 빠른 초기 투자로 전략을 전환한 것입니다.
Speedrun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VC(벤처캐피털) 업계의 새로운 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신호탄입니다. 빠른 실행, 빠른 베팅, 그리고 창업자들과의 밀착된 협력.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투자자들 역시 스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16z가 선택한 이 변화가 앞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