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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 뇌와 목소리를 연결하다

by 성우

최근 공개된 뉴럴링크에 관한 한 영상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술 저널리스트 애슐리 반스(Ashlee Vance)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뉴럴링크(Neuralink)의 임상시험 대상자인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ALS(루게릭병)를 앓고 있는 그는 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칩을 이식받아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잃었던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애슐리 반스가 본 다큐에 관해 직접 쓴 글도 추천드립니다.


움직일 수는 없어도, 말하고 싶었다


브래드는 30대 후반에 ALS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말하기, 걷기, 먹는 것까지 모두 어려워졌습니다. 그는 눈동자 움직임으로 글자를 선택하는 시선 추적 기기 ‘Tobii’를 통해 의사소통을 이어갔지만, 이마저도 밝은 곳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커튼을 친 어두운 방 안에서 보내야 했고, 가족들은 농담처럼 그를 ‘배트맨’이라 불렀습니다.


2024년, 브래드는 뉴럴링크의 임상시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합니다. 수술을 통해 머리에 작은 칩을 이식받았고, 이 칩은 그의 뇌파를 읽어 생각만으로 커서를 움직이게 해줍니다. 시선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조명이나 환경의 제약도 덜합니다. 기존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빠른 방식으로 컴퓨터와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뉴럴링크의 핵심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무언가를 하려고 ‘생각’할 때 발생하는 뇌파(신경 신호)를 읽어내고, 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외부 장치와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뇌에는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있는데, 이들이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우리가 움직이거나 말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뉴럴링크는 이 중 일부 뉴런 근처에 머리카락보다 얇은 전극(threads)을 심어, 신호를 직접 감지합니다. 전극은 사용자의 의도—예를 들어 "오른쪽으로 커서를 움직이고 싶다"—를 담고 있는 신호를 읽어 머리에 이식된 칩으로 보냅니다. 이 칩은 뇌파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이를 무선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전송합니다.


이후 뉴럴링크의 전용 소프트웨어가 이 신호를 분석해 커서 이동, 클릭, 입력 등 구체적인 동작으로 바꾸는 구조입니다. 즉, 사용자는 손이나 눈을 움직이지 않아도, ‘이동하고 싶다’,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되찾았다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었습니다. 브래드의 가족은 그의 과거 음성 녹음 파일을 보관하고 있었고, 뉴럴링크 팀은 그 데이터를 AI 음성 합성 기술(11 Labs)과 결합해 그의 실제 목소리를 복원했습니다. 이제 그는 기계적인 컴퓨터 음성이 아닌, 예전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I love you, Abigail.”

그가 딸의 이름을 예전 그대로의 목소리로 불렀을 때, 가족은 더 이상 화면 속 텍스트만 바라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새로운 일상으로의 복귀


브래드는 웹캠을 통해 가족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AI의 도움으로 주변 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경기장에 함께 가기도 하고,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는 다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농담과 감정 표현을 ‘말’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기술이 얼마나 정교한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이 기술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가입니다. 브래드에게 목소리를 되찾는다는 건 단지 말하는 기능을 얻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힘을 되찾는 일이었습니다.


브래드는 여전히 ALS 환자입니다.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는 더 이상 조용한 사람이 아닙니다. 다시 말을 걸고, 웃고, 함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뉴럴링크가 보여준 이 변화는 ‘기능의 향상’보다 ‘삶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기술이 사람을 향할 때, 그 변화는 훨씬 넓고 깊게 다가옵니다.


* 브래드와 뉴럴링크에 관한 다큐 유투브 댓글을 보면, 진짜 super hero는 브래드의 아내라는 칭송이 많습니다 :) 루게릭병에 걸린 남편을 돌보면서도, 아이 셋을 멋있게 키우고 있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것 같습니다. 사랑으로 가족을 지켜내는 그의 아내 티파니와, 루게릭 병에 걸린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삶을 나아가는 브래드. 그리고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고 있는 일론머스크와 뉴럴링크 팀에게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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