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가 될까? 아니면...
위기의 Boeing이 드디어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다양한 추측이 있었으나 최종 발탁된 인물은 Collins Aerospace의 전 CEO, Kelly Ortberg였다. 과연 그는 위기의 Boeing을 구할 수 있는 인물일까?
▪기술과 제품을 알거나, 최소한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University of Iowa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엔 반도체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정식으로 항공우주공학을 배우진 않았지만 엔지니어링의 생리를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봐도 될 것. 한때 CEO의 필수조건으로 여겨졌던 MBA도 거치지 않았다.
▪ 항공 베테랑이어야 한다
(1987년) 30대 중반, Rockwell Collins에 프로젝트 매니저로 입사하며 항공인으로써 새 삶을 시작했다. 이후 30년이 넘도록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민수와 군수, Boeing 플랫폼과 에어버스 플랫폼,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프로젝트 관리부터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까지 다양한 역할을 넘나들며 실적을 인정받았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보잉 내부 인재’는 아니었지만, 항공에 진심인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 침울한 조직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
Kelly는 올해 64세인 고령이다. 4년 전에 후임에게 CEO 자리를 넘겨주고 고문으로 물러난 상태다. 물론 생물학적 나이가 반드시 정신적 활력 및 유연함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은퇴 직전까지도 ‘Tough Negotiator’라고 불렸을 만큼 온화한 인상과 달리 필요할 땐 싸울 줄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리 지성과 체력을 잘 관리한 시니어도 ‘과거에 내가 거둔 성공’에 매몰되기 십상. 과연 그는 관리가 아닌 변화의 리더십이 필요한 지금의 Boeing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소통할 줄 아는 리더여야 한다
각종 내부 스캔들로 보잉 임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이다. 이럴 때일수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팀 정신을 되살릴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해진다. 평생을 Collins 사나이로 살아온 Kelly가 과연 Boeing에 제대로 녹아들 수 있을까? 새로운 시선으로 문제를 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조직은 혼자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언급됐던 후보들 중에선 최고의 선택이라는 평이 다수.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GE 출신이 아닌 사람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는 평가들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지금의 Boeing은 결코 단기간 내에 재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각종 법적 분쟁, 대대적 재건이 필요한 품질시스템, 격변하고 있는 국제정세, 허리가 무너져버린 기술인력, 하나같이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과연 Kelly는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