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비티가 현실이 됐다’
Boeing의 유인우주선 Starliner의 굴욕이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지난 6월 5일, 일정이 몇 번 밀렸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힘든 시간을 거쳐 우주를 향했는데 그나마도 오작동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타고 간 우주인들은 돌아올 방법이 없어 우주 미아가 되고 말았다.
Starliner의 첫 승객이었던 두 사람, Buth Wilmore와 Sunita Willaims가 우주정거장에 갇히고 어느새 두 달이 넘어간다. NASA는 ‘어서 문제를 해결해 Starliner로 우주인들을 복귀시키는 게 최선’이라는 팔자 좋은(?) 소리만 하고 있는데… ‘플랜 B도 검토 중’이라는 단서를 단 것을 보니 필요하면 SpaceX에게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마침 SpaceX의 Crew Dragon을 이용한 유인 미션이 9월에 예정되어 있다. 이 시나리오라면 두 사람은 미션이 끝나는 2025년 2월에 지구로 복귀할 수 있다. 오작동을 일으킨 Starliner는 사람을 태우지 않고 무인 조종으로 회수.
만일 SpaceX가 구원투수로 나서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Boeing에게 있어 이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수차례 우주 미션을 경험한 베테랑답게 ‘멘털’을 잘 붙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1주일 예정의 미션이 반년으로 늘어나면 누구라도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비행기가 연착해도 엄청 짜증 나고 불편한 게 사람인데!
2014년 유인 수송 프로그램 사업자로 선정되었을 때 Boeing은 SpaceX와 사업을 나눠가지게 된 것을 언짢아했다. 하지만 SpaceX가 일치감치 2020년에 서비스를 개시한 반면 Boeing은 4년이나 늦어졌고 어렵게 시도한 첫 미션도 오점으로 남았다. 설령 문제가 해결되어도 이미 한참 앞서가고 있는 SpaceX의 발주 물량을 빼앗아 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탈락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까?
예상했던 것보다 미션이 연장된 것에 대해 기쁜 마음일까 아니면 화가 났을까? 두 사람은 Boeing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Starliner’에 타겠다고 자원한 사람들이다. 아마 복잡한 심정이긴 해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심정이 아닐까 싶다.
SpaceX의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클까, 아니면 Boeing에게 우주사업을 맡겨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더 클까? 아니면 그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상품화할지를 고민하느라 바쁠까? (‘자서전’은 무조건 나온다고 봐야 하고… ‘영화’로 제작될 수도 있겠다.)
(전 Boeing CEO) Harry Stonecipher의 명언
“When people say I changed the culture of Boeing, that was the intent, so it’s run like a business rather than a great engineering firm.”
… 아무리 훌륭한 조직도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