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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니 Sep 03. 2024

말 대신 행동으로, 국방력 강화 나선 호주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양다리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최근 호주는 전통적 우방들과의 연대와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국방이다. 그동안 호주는 분쟁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 중 하나로 여겨졌다.


하지만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적대적인 군대가 상륙을 시도하는 전쟁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호주의 해군은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지키기엔 너무 작고, 만에 하나 상륙을 허용하면 한반도의 30배가 넘는 땅을 10만이 채 안 되는 병력으로 지켜야 한다.


지난 4월, 호주는 자국의 방위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담은 두 개의 계획을 공개했다. 리빌딩에 가까운 수준의 방위전략 수정을 담은 National Defense Strategy 2024 (NDS-2024)와 역대급 방위비 증액을 위한 Integrated Investment Program 2024 (IIP-2024)가 그것이다.


팀플레이를 하더라도 최소한 1인몫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껴주는 게 세상 이치다. 호주의 계획에는 ‘연합론’과 ‘자강론’이 둘 다 담겨있다.


우선 연합론. 미국, 영국과의 군사 협력(AUKUS)을 강화하는 걸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우호적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 파이브아이즈 외엔 군사적 연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대대적인 입장 전환이다. 지난 8월 말 인도네시아와 맺은 방위 협정도 외연 확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본 협정은 필요시 상호 국가에서 작전 수행이 가능한 게 핵심인데, 인도네시아 항구에 접근 가능해지면 호주의 해상 작전 영역이 대폭 확대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강의 계획도 담겨있다. ‘섬’을 지키는데 필수인 해군력과 장거리 미사일, 그리고 정찰 네트워크 전력에 최우선적으로 투자할 계획. 전시에 ‘해상봉쇄’ 되는 상황을 감안, 주요 무기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제조 현지화에도 적극적이다. 최소한 해외 무기체계를 도입하더라도 유지/보수 인프라는 자국에 두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단 제한된 자원으로 모든 것을 다할 순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뉘앙스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호주가 가장 중요시하는 해군력도 균형 잡힌 구성보다 비대칭전력으로 잠수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나무 하나하나가 아닌 숲 전체를 보는 자세로 접근하면 우리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많을 것이다.


호주는 우리가 국방/외교 장관급 회담(2+2 회의)을 정례적으로 가지는 유이한 국가다. (북한이라는 굴레에 묶여 있는 우리와 달리) 호주 쪽이 훨씬 더 운신의 폭이 넓다는 차이는 있으나, 격변하고 있는 아태지역의 정세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공유하는 사이기도 하다. (Liked minded countries) AUKUS에 반대하는 일각의 평화시위, 새 시대에 맞춰 변하고 있는 무기체계 우선순위, 비 핵무기 보유국의 핵잠수함 도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 고조되는 긴장 속에 중국을 대하는 외교술 등 정치, 사회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호주 입장에서도 제조업 강국이며 주요 원자재 수입국인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인만큼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게 많다. 양국 관계가 다시 추진력을 얻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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