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셔니 Sep 03. 2024

브라질 VS 일론 머스크

머스크… 너란 남자… 


브라질의 지모라이스 대법관이 국내 모든 통신사에 소셜미디어 ‘엑스’ 접근을 차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혐오를 조장하는 문제 계정들을 차단하라는 브라질 법정의 명령에 머스크가 반대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이에 브라질 법정은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수를 꺼냈다. 이제 브라질 현지에서 ‘엑스’에 접근하는 것은 불법이다. 만일 VPN을 통해 우회해서 사용하다 걸리면 만 불에 가까운 벌금을 내야 한다. 브라질의 평균 소득을 감안하면 대단히 과중한 수준.


이게 끝이 아니다. 불똥은 ‘엑스’를 넘어 ‘스타링크’로 튀었다. ‘엑스’에게 물린 300만 불의 벌금을 낼 때까지 브라질 영내에 묶여 있는 모든 스타링크 소유의 자산을 동결하기로 한 것. 


한 국가, 그것도 브라질만 한 체급을 가진 나라가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오면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에게 300만 불은 껌 값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일반인들의 상식과 정반대의 대응에 나섰다. 한 국가와 정면승부를 벌이기로 한 것. 


‘스타링크’ 이용자들이 ‘엑스’를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게 열어둔 것은 물론, 브라질 당국이 항복(…)할 때까지 브라질 유저들에게 스타링크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브라질 사법체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셈이지만… 위성에서 곧바로 가정의 휴대 안테나로 연결되는 스타링크를 하나하나 찾아서 단속하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2022년, 스타링크가 브라질에 처음 데뷔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180도 달랐다. 아마존 삼림이 펼쳐져 있는 브라질은 기존의 광케이블 통신망으로 촘촘히 연결하기 어려운 곳이다. 스타링크는 그동안 인터넷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많은 브라질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매개체였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은 머스크를 가리켜 ‘a true legend of freedom’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브라질의 정권을 포함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표현의 자유’ 문제는 차치하고, 브라질의 이번 결정이 과연 국제 통상법 상 저촉되지 않는지가 궁금하다. 둘 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회사이긴 하지만 ‘엑스’와 ‘스페이스X’는 엄연히 다른 회사다. 지금 브라질은 ‘엑스’가 일으킨 문제 때문에 ‘스페이스X’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논란이 커질 걸 각오하고 칼을 뽑았다면 속전속결해야 하는 법인데,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로 보아 싸움이 금방 끝날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머스크는 세간의 이목을 즐기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태는 머스크가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머스크가 마냥 안심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동안 브라질뿐 아니라 세계 나라들이 ‘엑스’의 일부 잘못된 이용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해왔다. 갈수록 심해지는 정치 양극화와 소셜미디어의 지나친 파급력을 두려워하는 다른 나라들이 ‘브라질’의 선례를 따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아직은 알기 어렵다. 단, 이번 논란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말 대신 행동으로, 국방력 강화 나선 호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