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스라엘 vs 이란: 쪼개지는 하늘길

by 셔니
Screenshot-2024-04-14-121320-1024x525.png

지난 10월 1일, 이란의 이스라엘 폭격으로 전 세계가 극도로 긴장해 있다. 인접국 공항들의 운행이 중단됐으며 약 80여 편의 비행이 도중에 경로를 바꿔야 했다.


만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본격화되면 중동만이 아니라 전 세계 창공의 지평이 뒤바뀌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변화는 진행 중이다.


중동은 지리의 요충지다. 전 세계 항공 트래픽의 9%가 이곳을 거친다. 이는 북미의 8%보다도 높은 수치다. UAE와 카타르가 항공 허브로의 도약을 추진하면서 중동이 하늘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동서를 잇는 중동의 교차로는 넓고 안전한 고속도로와는 거리가 멀다. 이란의 도발이 있기 전에도 이미 리비아, 수단, 시리아, 예멘을 피해 곡예를 하듯 건너야 하는 좁고 위험한 길이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고 까다로워졌다. 러시아 영공을 건너지 못하게 된 항공사들은 차선책으로 이란, 이라크, 이집트, 아제르바이잔을 경유하는 루트를 이용해야 했다. 근데 이젠 이란의 하늘길마저 닫힐 위기에 놓인 것.


하늘길이 좁아지면 우리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비행시간은 길어지고, 직항 옵션은 줄고, 티켓 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중동에서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아프가니스탄을 경유하는 비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년 간 거의 3배나 늘었다고. 아프가니스탄은 빈말로도 ‘안전한 나라’라고 하긴 어려운 나라다.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터지자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한 항공사들이 ‘차악’을 고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코로나가 끝나면서 간신히 한숨을 돌린 항공사들에게 이러한 지정학적 환경은 그야말로 재난이다.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은 항공업계가 전쟁 때문에 늘어난 추가 비용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항공기 구매의 큰손들이 중동에 모여 있는 것도 변수다. 21세기에 민수항공이 꾸준히 성장해 온 것엔 중동 산유국들의 항공 허브를 향한 꿈이 기여한 바가 컸다. 중동 분쟁의 장기화는 글로벌 민수항공 산업의 근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한때 하나처럼 보였던 세계가 다시 쪼개지고 있다. 땅뿐 아니라 하늘도 마찬가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중국의 1만대 드론쇼: 전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