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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니 Oct 18. 2024

2024 밀란 IAC: Afterthoughts

IAC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1950년 파리에서 처음 열린 뒤 세기를 넘어 이어져온 글로벌 대표 우주 행사다. 매년 개최지가 바뀌는데 올해 75회 행사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렸다.


역대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건 2022 파리 IAC다. 코로나 직후라 대면 미팅과 새로운 기회에 목말라 있는 전 세계 각지의 우주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몰렸다. 반면 2023 바쿠 IAC는 정치적 이유로 유럽 국가가 다수 불참, 아쉽게도 반쪽짜리 행사에 그쳤다. 그 여파 탓이었는지, 아니면 개막 직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스타십의 마법 덕분이었는지... 올해 현장의 뜨거움은 2022 파리의 그것을 능가했다.

IAC는 개최국에 따라 그 주제와 색깔이 달라지는 게 특징이다. 2019년 워싱턴, 2021년 두바이, 2022년 파리, 2023년 바쿠는 포장지만 같지 아예 다른 행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내용물이 달랐다.

올해 밀라노가 내세운 메인 테마는 지속가능성 (Responsible Space for Sustainability). 유럽은 미중 빅2 구도 안에서 어떻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민이 깊다. 그래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키워드가 (미국과 규모의 경쟁이 가능한) ‘하나 된 유럽’과 (초강대국이 독점하는 우주가 아닌) ‘인류 모두가 평화롭게 공유하는 우주’다. 우주쓰레기, 탄소 모니터링, 친환경 로켓, 유럽 우주법, 유럽 독자 위성 인프라인 ‘갈릴레오’와 ‘IRIS2’가 주요 담론으로 다뤄졌다. (아마도 내년 열리는 ‘2025 시드니 행사’는 국방이 주요 담론으로 다뤄지지 않을까?)

2022 파리 IAC와 비교하면, ‘프랑스의 리더십’을 은연중 강조했던 파리 행사와 보다 더욱더 ‘다양성’을 강조하는 성격이 두드러졌다. 개발도상국의 우주접근 보장, 여성 과학인재 육성, 위성데이터 공유 등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포럼과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렸다. 최근 들어 국제행사에서 보기 어려워진 중국의 참석자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아리안 6’의 존재감도 상대적으로 옅었다.  

이탈리아 특유의 ‘낭만적 기질’도 빼놓을 수 없다. 파리의 연출이 웅장했다면 밀란의 그것은 섬세하고 로맨틱했다. 행사의 막을 여는 첫 공개 세션으로 ‘우주 음식’을 택한 것은 다분히 상징적이었다.  (“Italians do eat better: A space menu for a healthy body and mind”)

아마도 올해 IAC는 한국업체들의 활약이 역대 가장 두드러진 한 해였을 것이다. 우주 헬스케어에 진지한 ‘보령’은 정기 주최하고 있는 HIS (Health in Space) 행사를 IAC에 맞춰 열었다. 그 규모와 디테일에서 ‘칼을 갈고 나왔다’는 게 느껴졌을 정도. 그 밖에도 한국의 뉴스페이스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밀란을 찾았다. 이 정도면 우리도 한번 더 IAC 개최에 도전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많이 드는 전시를 포기하고 그 대신 철저히 ‘Exchange’에 집중하는 모습이 두드러진 것도 특징. ‘중후장대’한 항공사업과 달리 우주는 ‘스킵십’과 ‘아이디어’가 중요하지 ‘전시관’을 차려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건 정부기관, 또는 Lockheed Martin처럼 오래된 대기업들이었고 그 밖엔 인원을 대다수 파견해 ‘헌팅’에 집중하거나, 대여한 공간을 ‘회의실’로 꾸민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미팅은 ‘커피샵’에 이뤄졌고, ‘흡연장’도 즉석 미팅으로 북적거렸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WSBW (World Space Business Week) 등 철저하게 ‘사업’에 포커스를 둔 미팅 포맷의 행사들이 보다 주목을 받는 느낌도 든다. 

IAC 시기에 맞춰 WEF (World Economy Forum)도 정기 회의를 밀란에서 열었다. IAC 행사장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의 PwC 밀란 사무소에서 열린 이 자리는 각국의 공공, 민간 대표 20여 명을 모아 우주기술이 오늘의 Socioeconomic Challenge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스타십 성공을 '축하'하는 형태로 열린 스페이스X 리셉션

하나 더.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 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 언젠가 친구, 적, 동료, 경쟁자, 갑과 을로 만났던 사람들이 신분과 입장만 바꿔가며 재회를 반복하는 게 이 바닥인 듯하다. 아니, 애초에 사람 사는 세상 이치가 원래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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