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끝났다, 미국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는 건 돌아온 트럼프가 중국을 어떻게 다룰 지다. 우리는 미중 패권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트럼프 2기도 중국 문제가 가장 큰 외교적 도전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전쟁도 이에 비하면 사이드 스토리일 뿐이다.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일으킨 이후, 미국은 중국을 경제적으로 철저히 고립시키려 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던 중국 경제는 활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 중국의 성장이 주춤하자, 기성 미디어는 미국의 견제가 주효해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걸렸다고 입을 모았다. 중진국의 함정이란 인건비가 올라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쟁력은 약해지는데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는 기술집약적 산업에 진입하지 못한 채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침체는 쇠락의 징조가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일 뿐, 미국의 규제가 중국에게 오히려 보약이 됐다고 주장한다. 미국 없이 홀로 설 수 있게 내수를 키우고 첨단기술에 투자함으로써 미국의 진정한 경쟁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는 것.
실제로도 그러한 징조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어쩌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미래 전략기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나라로 거듭났다. 이제 중국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친환경 에너지, 로봇, 우주 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하거나 심지어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췄다. 그렇다고 기존에 누렸던 ‘세계의 공장’ 위상이 크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샌드위치가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모든 산업에서 전방위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거듭나고 있는 것.
최근 중국의 ‘과잉 생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물량 공세를 펼치며 전 세계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윤리’를 비판하는 것은 일차원 적인 접근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야심과 실력을 겸비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자국의 주요 산업을 전략적으로 후원한다. ‘과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뒤집어 말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스케일’이 무지막지하게 커서 문제인 것이지, 중국의 전략은 유례가 없지도, 특별히 비윤리적이지도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논란 자체가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과잉’은 중국과 경쟁하는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전 세계(인류?) 차원에서 봤을 때 중국의 물량은 안정적인 공급과 혁신을 견인하는 힘이다. (중국이 그 힘을 윤리적으로 사용할 것인지가 문제지만 일단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결국 모든 것은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다. 정치적 이유로 중국을 공급망에서 끊어내려는 시도는 글로벌 공급망을 좀 더 길고, 복잡하고, 비싼 구조로 바꾸어 놓았을 뿐 중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극적으로 줄이는 데에는 실패했다. 멕시코, 베트남, 인도 등이 중국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주요 부품이나 소재는 여전히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중국도 피해를 봤지만 더 큰 피해를 본 건 선진국의 소비자들이다.
중국의 발목을 잡는 것만으로는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 직접 하든, 중국을 현실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대안을 만들든, 새로운 제조역량을 구축해 중국을 ‘필요 없게 만드는 것’만이 중국을 쭈그러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제품에 60%로 강화된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우회해서 들어오는 제품을 막기 위해 멕시코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도 더 쌘 관세를 매기겠다고 한다. 당선 전부터 ‘거래의 기술’을 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진지한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하겠지만, 두더지 게임하듯이 여기저기 구멍을 틀어막는 건 상책이 아니다. 자칫하면 인플레이션만 자극하는 자학적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Manufacturing Superpower’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혁신과 투자를 계획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만일 준비한 게 ‘중국 때리기’가 전부라면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 이건 미국 뿐 아니라 중국의 도약을 위기로 여기는 다른 모든 국가들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