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도 그 이름을 남긴다
블루오리진의 중대형 발사체, New Glenn이 드디어 첫 발사를 앞두고 있다. 원래 목표가 2020년이었던 걸 생각하면 많이 늦어졌지만, 베조스의 인내력과 자금력에 힘입어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New Glenn은 블루오리진이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재사용 발사체다. 자체 개발한 엔진이 탑재되며, 스페이스X의 팰컨 시리즈와 경쟁할 수 있는 사양을 목표로 개발됐다.
New Glenn의 성공은 블루오리진뿐 아니라 미국, 어쩌면 전 세계 우주개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인류의 달 복귀를 꿈꾸는 아르테미스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론 스페이스X가 독점하고 있는 발사서비스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있을지 모른다. (신뢰도가 검증된다면, 그리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가격이 현실적이라면) 블루오리진이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스페이스X처럼 대규모의 위성수요를 지속적으로 자체 창출할 수 있는 회사라는 것도 블루오리진의 강점이다. (물론 아마존이 영원히, 무조건 New Glenn을 사용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아빠’가 같은 만큼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을 가능성이 크다)
블루오리진 입장에선 첫 발사가 성공이 처절하리만큼 간절할 것이다. 그동안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식으로 발사체를 개발했는데 만약 첫 발사가 실패로 끝나면 재시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스타십이 본격 출시되기 전에 최소한의 파이를 확보해야 하는 블루오리진에게 더 이상 데뷔가 늦어지는 건 치명적이다.
주제를 바꿔서…
New Glenn의 이름은 최초로 우주 궤도를 비행한 미국인 John Glenn의 이름을 딴 것이다. 국회의원이자 우주인이었던 그는 2016년 죽기 직전 Jeff Bezos에게 자기 이름을 사용하는 걸 허락하는 편지를 남겼다.
옛날부터 Bezos는 미국의 우주 영웅들의 이름을 빌려 쓰는 걸 좋아했다. 블루오리진이 만든 준궤도 발사체
New Shepard도 최초로 우주에 나간 미국인인 Alan Shepard의 이름을 딴 것이다. 비록 프로젝트는 좌초됐지만, 유인 탐사를 목표로 한 후속 발사체의 이름으로 Armstrong을 내세우기도 했다.
고대 로마의 목욕탕부터 현대 공항까지. 위대한 프로젝트에 위인의 이름을 붙여 기리는 전통은 그 역사가 깊다. 우리도 언젠가는 ‘누구나 인정하는 위인’의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를 가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