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 정유 수출에 추가 제재를 가할 계획을 밝혔다.
전쟁이 터지고 3년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무슨 뒷북이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 제재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다. 그 대상이 러시아처럼 큰 나라인 경우 더욱 그렇다. 경제 제재는 마치 미사일과 같다. 정교하게 계산하고 쏘지 않으면 민간인 피해가 나거나 최악의 경우 쏜 사람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러시아는 미국, 사우디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유를 생산하는 나라다. 러시아를 하루아침에 세계 시장에서 치워버리면 그 여파가 어마어마하다. 결국 미국과 우방은 러시아의 석유 수출을 제재할 때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작년 2024년이 ‘선거의 해’라고 불렸을 만큼 정치적 이벤트가 많았던 탓에 다들 물가 문제에 민감했던 것도 컸다.
2025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자유세계가 제재의 범위와 강도를 점진적으로 늘려왔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그렇다) 서방 대신 BRICs,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그 밖에 시장에도 ‘Shadow Fleet’, ‘Dark Fleet’이라고 불리는 불법 상선들을 이용해 접근, 정유를 암거래해 왔다.
결국 미국은 러시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때리기 위해 주먹을 들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제재는 러시아의 주요 정유회사, 무역 및 대금 거래 네트워크, 지금까지 포착된 불법 상선들을 대상으로 한다. 강화된 규제로 인해 월 최소 수조원의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배경에는 ‘러시아가 없는 세상’’에 대한 준비가 어느 정도 됐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듯하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미국은 전쟁 발발 후 꾸준히 에너지 생산을 늘려왔다.
한편으론 임기를 10일 남긴 행정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이번 규제는 여러 경제적, 군사외교적 숙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곧 취임할 새 행정부에게 뒷수습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만한 이슈를 ‘두 대통령’이 아무런 사전 조율도 없이 결정하진 않았을 것 같다. 대선 과정에서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싸우던 모습과 달리, 미국은 국익을 위한 이슈에는 초당적으로 대응하는 전통이 아직 살아있다. 전임자가 쌔게 질러주면 후임자가 협상에 들어갈 때 여러모로 유리할 수도 있다. 어쩌면 애초부터 계획된 ‘거래의 기술’일지도.
...미국이야 산유국이지만… 우리 입장에선 기름값 인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