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혹의 40세를 넘김 요즈음, 갈수록 활력의 2030과 경험의 5060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일이 늘고 있다..
▪ 10년 전 ‘꼰대’를 흉보던 사람들이 요즘 들어 요즘 애들과 일 못하겠다고 툴툴거리는 걸 자주 본다..
▪ 최근 이뤄진 트럼프와 마크롱의 만남, 세월 앞에 장사 없는 건가? 폭발적인 에너지의 트럼프지만 40대 대통령 옆에선 어쩔 수 없었다..
2024년 미 대선은 여러 모로 파격적이었는데, 후보들이 이례적으로 고령이었던 것도 화제였다. 바이든은 1942년생, 트럼프는 1946년생이다.
미국에서 비행기 조종사는 65세, 경찰은 60세가 되면 현직을 떠나야 한다. 그밖에 군인, 소방관, 배심원, 운전면허에 이르기까지 – 실수를 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직종에 연령 제한을 두는 사례를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인에게도 비슷한 제한이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닐까?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정신적, 육체적 활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순간의 오판으로 수백만, 수천만 명의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한다면?
주요 공직에 최고 연령을 적용하는 나라는 의외로 드물다. 오히려 대부분의 나라들이 최소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20대 청년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프랑스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 미국은 35세, 우리나라는 40세가 넘어야 대선 도전이 가능하다. 다른 나라들도 40초, 중반으로 대동소이하다.
이 정도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어떨까? 2015~2025년 기준,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의 평균 연령은 58.2세다. 미국의 트럼프는 78세, 브라질의 룰라는 78세, 인도의 모디는 74세다. 푸틴과 시진핑도 비슷한 연령이라는 걸 감안하면 70대가 세계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두 시니어가 경쟁하는 모습을 보며 ‘케네디를 지도자로 뽑았던 미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라는 자조의 목소리와 함께 대통령 연령 상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참정권을 제한하는 게 절대선이라고 할 수은 걸까?
이는 21세기 들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를 간과한 일종의 착시일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유권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대표성을 갖춰야 한다. 국가지도자와 평균연령의 격차는 50년 전과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다. 유권자 가운데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억지로 젊은 지도자를 강요하는 건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경찰이나 조종사와 달리, 정치인은 유권자들이 선택을 통해 걸러내는 게 가능하다.
결론,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투명하고 개방적인 '시스템'이다.
시니어는 지혜와 경험, 주니어는 혁신과 활력이 강점이다. 흑백논리로 어느 한쪽을 평가절하할 순 없다. 각 나라, 각 조직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 덕목이 바뀔 수 있겠지만 쌍두마차처럼 함께 가야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경계해야 할 것은 현직, 기득권 프리미엄으로 지도층이 고착화되는 현상이다. 리더들의 ‘나이’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열린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배움의 열정이 넘치는 시니어도 많고, 나이는 젊지만 기득권에 취한 젊꼰도 널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