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하면 기내에서 바둑 대인 플레이를 즐기는 게 가능하다. (FYI: 흑돌이 접니다)
체스와 바둑은 둘 다 고대까지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게임이다.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21세기에도 머리싸움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건재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두 게임은 규칙과 복잡도, 무엇보다도 승리로 다가가는 접근법에 큰 차이가 있다.
체스는 전투를 닮았다. 상대의 왕을 잡는다는 최종 목표를 향해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진 말들을 전진시켜 나아간다.
바둑은 전쟁을 닮았다. 내 돌을 연결하고 상대방의 돌을 밀어내면서 바둑판 위에서의 세력을 다툰다. 바둑은 왕과 졸병의 구분 없이 돌들이 모두 똑같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기도 하며, 자칫 눈앞의 승리에 집착하면 소탐대실하기 십상이다.
우리 삶은 전투가 아닌 전쟁에 가깝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마음으로, 때론 전쟁에 이기기 위해 전투를 내줘야 한다. 바둑을 두면 눈앞의 이익 때문에 바둑판 귀퉁이를 둘러싼 사활에 집착하기 쉽다 (사활: 죽고 살다) 이처럼 작은 이익에 집착했다간, 슬금슬금 밀러 나는 척하면서 중앙에 큰 집을 지은 상대방에게 압사당하고 만다.
체스와 바둑은 각각의 매력과 깊이가 있는 훌륭한 게임이다. 하지만 오묘한 인생을 더 닮은 건 아무래도 바둑 쪽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마지막에 이기기 위해선 가끔은 질 줄도 알아야 한다.
Note: 바둑이 체스보다 훌륭한 게임이라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체스의 직관적인 플레이, 다양한 기물들이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변수들을 선호하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그저 제가 개인적으로 체스보다 바둑을 좋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