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이 부족해
그동안 독일은 원칙과 규율, 그리고 강한 노동 윤리로 근면성실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이러한 독일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뉴스들이 간간이 들려온다.
최근 독일에 공휴일이 너무 많다며 불황 극복을 위해 휴일을 줄이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OECD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독일인은 연평균 1,349시간을 근무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은 근로 시간을 기록했다. 반면 독일이 유럽 금융위기 당시 게으르다고 비판했던 그리스(1,872시간), 스페인(1,641시간), 이탈리아(1,669시간)는 독일보다 훨씬 많은 근무시간을 기록했다. 흠, 생각보다 독일 사람들의 워라밸이 좋은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나태함이 과연 경기 침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독일에는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공휴일이 9일 있다. 이는 유럽 기준으로 볼 때 결코 많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독일은 연방 국가로 구성되어 있어 16개 주마다 자체적인 공휴일을 추가로 가지고 있다. 바이에른 주가 총 13일로 가장 많으며 다른 주들도 각자의 전통이나 역사적 이유로 고유의 공휴일을 운영 중이다. 이렇게 다 더해서 보면 휴일의 숫자가 꽤 된다. 지역마다 휴일이 다른 것도 비효율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경제 전문가와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쉬는 날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은 공휴일을 줄이면 근로 시간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결국엔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독일은 고질적인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이 문제는 단순히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산선을 개선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참고로 OECD에서 가장 많은 시간 일하는 나라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순이다.
생산성은 단순히 근무 시간을 늘린다고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시스템, 더 스마트한 업무 방식, 더 효율적인 인프라가 우선이다. 공휴일을 줄이는 건 상징적인 제스처에 불과할 뿐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고작 며칠 더 일하는 게 큰 영향을 준다면 그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취약한지를 보여줄 뿐이다. 독일이 고민해야 할 것은 공휴일이 아니라 혁신, 교육, 디지털화, 그리고 합리적인 노동 정책이다.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보는 쪽이지만) 정말로 독일의 근무 윤리가 약해졌다면 그건 증상이지 병의 원인이 아니다.
이 모든 게 독일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님은 물론이다.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1차원적인 진단을 들이 내밀기 좋아하는 건 전 세계 어디서나 보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