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뭐했나요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총 4가지가 있다.
첫째,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둘째, 현실을 부정한다. 마치 자고 일어나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 마법처럼 사라질 것처럼 군다. 심지어는 기존의 잘못에 더욱 박차를 가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자기 오류를 인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당장은 마음이 편해진다).
셋째, 원망할 대상을 점 찍고 문제를 전가한다.
그리고 마지막, 현실을 인정하되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는다.
21세기 초, 긴 호시절이 끝나고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을 때 각국의 정부가 취한 대처도 위의 분류법을 벗어나지 않았다.
첫째, 시장의 자정 기능이 작동하기만을 기다리며 무기력하게 길고 고통스러운 긴축의 시간을 보냈다.
둘째, 오늘을 연명하기 위하여 내일을 담보로 삼았다. 재정지출을 늘리고 화폐 발행을 늘려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했다.
셋째, 악당을 만들어냈다. 이민자, 이슬람교, 페미니즘, 그리고 중국. 리스트는 계속 길어졌다. 처음엔 외교적 수사에 그쳤지만 점점 수단은 과격해지고 증오심은 커졌다.
안타깝게도 개혁과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은 히어로는 많지 않았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한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것일까?
최근 희토류 이슈를 둘러싼 힘 싸움이 화제였다.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견뎌냈다. 중국은 방위산업과 전기차를 비롯한 미국의 핵심 산업들을 희토류를 무기로 좌지우지하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돌이켜보면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은 희토류를 카드로 일본을 무력화시켰다. 이를 지켜본 자유세계는 중국이 전 세계 경제안보를 흔들 수 있는 막강한 무기를 손에 넣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주요 정치인들이 경쟁하듯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에서는 성급하게도 ‘중국의 힘자랑이 오히려 전 세계가 희토류 공급망을 재건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기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리고 15년이 지났다.
여전히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다들 말만 많았을 뿐 본질적인 조치는 이루어진 게 없다. 다들 비싸고 ‘지저분한’ 희토류 문제 해결’을 차일피일 후임들에게 미루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실을 외면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만일 우리가 중국을 악당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 문제에 대처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중국을 협박하고 규제하려는 시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공급망을 재건하고 희토류 연합을 형성하는 것만이 힘들지만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다들 쉬운 길을 택하려고 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