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는 중국을 거대한 공장으로 여겨왔다. 선진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값싸게 대량으로 찍어내는 곳. 2015년만 해도 중국 브랜드를 두 개 이상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오늘날의 중국은 100년 전 미국이 걸었던 길을 따라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미국은 19세기 말, 압도적인 물량과 생산성, 가격 경쟁력으로 유럽을 추격했고, 1872년에는 영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되었다. 20세기 초에는 전기와 화학 혁명을 주도하며 혁신의 중심지가 되었고, 미국의 신기술은 현대인의 삶의 기준이 되었다. 이후 미국은 보잉, 코카콜라, 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같은 브랜드를 앞세워 독보적인 소프트파워를 쌓았다. 미국은 ‘가격파괴자’에서 ‘혁신자’를 거쳐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와 압도적인 생산력을 무기로 선진국 제품을 저가에 복제하는 데 집중했다. 해외에서 중국 브랜드를 보는 일은 드물었고, 설령 있다 해도 정체성을 숨긴 채 중국산임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가격은 물론 품질과 전반적인 고객 경험에서도 선진국을 압도하는 중국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BYD는 글로벌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넘어섰고, 미쉐빙청(Mixue Bingcheng)은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제치고 매장 수 기준 세계 최대 식음료 체인이 되었다. 패왕차희(Chagee)는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테무(Temu)와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가성비’를 앞세워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게임사 게임사이언스(Game Science)가 만든 「블랙 미스: 오공」(Black Myth: Wukong)은 16세기 소설 『서유기』의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비디오 게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제 중국 기업들은 폭발적인 속도로 자신만의 IP를 구축하며, 과거와 달리 뿌리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드러낸다. 로고, 디자인, 제품, 브랜드 스토리 곳곳에 중국의 가치와 문화를 적극적으로 담아낸다.
중국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100년 전의 미국처럼, 중국도 이제 제품만이 아니라 문화를 팔기 시작했다. 만약 중국의 서진(西進)이 손오공의 천축 고행처럼 성공으로 끝난다면, 그들은 서유기의 불경 못지않은 값진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손오공이 여정에서 만난 요괴들의 운명을 바꿔놓았듯, 중국 역시 자신이 지나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의 운명이 변하게 될 것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버티려는 기업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외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프리미엄이 붙던 시대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디프리미엄’이 붙지 않으면 다행인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