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을 앞두고, 자공의 지혜를 떠올린다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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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을 앞두고, 자공을 떠올린다"

공자가 아꼈던 제자 중에 자공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판단력과 언변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남은 다음의 일화는 그의 진가를 잘 보여준다.

강대국인 제나라가 노나라를 침공하려 하자, 노나라 출신인 공자는 깊은 근심에 잠긴다. 그러자 자공이 자신에게 맡겨 달라며 나섰다.

Scene 1. 자공은 제나라에서 권력을 쥐고 있던 권신 ‘전상’을 찾아간다. 그는 “제나라가 승리하면 왕의 권력이 강해질 것이고, 이는 당신에게 불리할 것”이라며, “오히려 제나라가 패해 나라가 위기에 빠지는 것이 당신에게 이익이다”라고 설득한다. 이 말에 넘어간 전상은 물밑에서 제나라 군의 발목을 잡아 전쟁을 방해한다.

Scene 2. 자공은 천하 패권을 꿈꾸던 오나라의 왕 ‘부차’를 찾아간다. 그는 면담 자리에서 억강부약(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야 한다)은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제나라를 무찌르면 각국이 오나라의 보호를 자청할 것”이라고 부차의 야심을 자극한다. 부차는 마음이 흔들리지만, 배후의 월나라가 걱정되어 쉽게 출병하지 못한다.

Scene 3. 자공은 오나라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월나라의 왕 ‘구천’을 찾아간다. 그는 “오나라가 제나라와 싸우게 되면 국력을 소모하게 될 것이고, 월나라는 그 틈을 노릴 수 있다”며, 월나라가 오나라의 배후를 공격하지 않을 것처럼 믿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이에 넘어간 구천은 군대와 식량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자신이 직접 군을 이끌어 오나라를 돕겠다고 제안한다.

Scene 4. 다시 오나라로 돌아간 자공은 구천의 의지를 부차에게 전달하며 안심시키고, “승리의 영광을 오나라가 독식해야 한다”는 이유로 월나라의 군사적 지원은 거절하게 만든다.

Scene 5. 자공은 중원의 강국 진나라로 향한다. 그는 오나라가 제나라를 칠 것이라는 정보를 흘리며, “오나라가 승리하면 패권에 눈이 멀어 마지막 남은 경쟁자인 진나라를 칠지도 모른다”고 경고해 진나라가 미리 대비하게 만든다.

그 후 실제 전개된 역사는 다음과 같다.

방심하고 있던 제나라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오나라에 패배하고 만다. 큰 승리를 거둔 오나라는 이 기회를 틈타 패권을 노리고 진나라를 공격한다. 그러나 철저히 준비하고 있던 진나라와의 전쟁은 쉽게 결판나지 않고 장기전에 빠진다. 이 틈을 노려 월나라가 오나라의 본거지를 급습하자, 부차는 군을 이끌고 황급히 철수한다.

제나라: 패배의 후유증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결국 전씨 가문이 왕위를 찬탈한다. 숙적인 제나라가 무너진 덕분에 노나라는 평화를 지킬 수 있었다.

오나라: 만약 오나라가 승기를 타고 패권을 차지했다면, 여우를 피하다가 호랑이를 만나는 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만에 빠진 부차는 전선을 과도하게 확장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그 빈틈을 월나라에 찔려 얼마 안 가 망하고 만다.

월나라와 진나라: 월나라는 오랜 원수였던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중원의 강국인 진나라가 여전히 건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느 한 나라가 절대적인 패권을 쥐지 못하는 힘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었다.

노나라: 자공 한 사람의 활약으로 멸망의 위기를 벗어난 노나라는, 역설적으로 이 이야기에서 등장한 나라들 중 가장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오랫동안 존속하는 데 성공한다.

이 정도면 자공을 ‘외교의 신’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공식 관료도 아닌 한 개인이 다섯 나라의 운명을 뒤바꾼 것이다. 자공은 단지 노나라를 당장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 아니라, 중국 전체의 판을 새로 짜 버렸다. 오늘날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이렇게 복잡한 다차원 방정식을 멋지게 풀어낸 그의 재주는 놀랍기만 하다.

국제 외교는 일대일로 수를 겨루는 체스가 아니라, 여러 플레이어의 심리가 얽히는 포커 게임에 가깝다.

최근 미국발 관세 이슈로 인해 전 세계가 거대한 포커판처럼 느껴진다. 비록 미국이 딜러인 게임이라 하더라도, 미국만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중국, 이미 패를 던진 유럽과 일본, 아직 패를 공개하지 않은 무역 경쟁국들의 속내까지 계산에 넣어야 하는 어려운 게임이다. 여기에 국내 여론까지 더해지면 그 복잡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게임, 대한민국이 선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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