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의 재기

문제를 해결할 힘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by 셔니
photo_2025-08-06_16-31-37.jpg

지난 5월, 보잉은 1986년생의 젊은 엔지니어 브라이언 유트코(Brian Yutko)를 민항기 부문 개발 총괄 책임자로 임명했다. 2030년대를 준비하는 로드맵을 그리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brian-yutko-boeing-1754284603-821x550.jpg

유트코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다. 그의 비행기를 향한 애정은 이때부터 남달라, 일상 속 재료를 활용해 직접 비행기를 만들기도 했다. 2014년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는 국방부를 위한 차세대 항공기, 헬리콥터, 드론의 시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링 기업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Aurora Flight Sciences)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곧 보잉의 눈에 들었다. 2017년, 미래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보잉에 입사했고, 2023년에는 보잉이 소유한 자율비행 택시 스타트업 '위스크(Wisk)'의 CEO로 발탁되었다.

승승장구하던 브라이언과 달리, 보잉은 지난 10년간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겪었다. 한때 뛰어난 기술력으로 찬사를 받았던 보잉은, 이제는 품질보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근시안적 조직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잇따른 사고와 소송, 노사 갈등, 팬데믹, 미·중 간 관세 전쟁 등으로 인해 회사는 존립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현 CEO 켈리 오트버그(Kelly Ortberg)는 회사를 차근차근 정상 궤도로 되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와는 54일간의 파업 종료에 합의했고, 대표 기종인 737 맥스의 생산도 서서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단행한 지분 매각은 기대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며 210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했고, 경쟁사 록히드 마틴을 제치고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도 수주했다.


하지만 오트버그의 진정한 시험은 눈앞의 불을 끄는 것을 넘어, 회사에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브라이언에게 보잉의 미래를 탐색할 '선장' 역할을 맡긴 것은, 그런 의지와 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다.


보잉이 에어버스를 따라잡고 싶다면, 기존 모델을 조금씩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고 있는 게임의 판을 뒤집으려면, 경쟁자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임해야 한다.


브라이언은 과거의 선임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그는 젊고, 항공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파일럿이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이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가다. 무엇보다도 그는 보잉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앞으로 그는 숫자보다는 현장을 중시하고, 검증된 길만 고집하기보다는 AI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적 옵션들을 폭넓게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보잉은 한때 ‘혁신’의 대명사로 불렸던 기업이다. 보잉 247은 세계 최초로 100% 금속으로 만들어진 여객기였고, 보잉 707은 제트 엔진을 민항기에 처음 적용한 사례였다. 1970년대에는 세계 최초의 점보 여객기 보잉 747을 선보이며 글로벌 항공 시장을 재편했다.


보잉을 미국의 상징적인 기업으로 만든 것은 단순한 재무적 성공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제나 혁신을 추하는 공학 중심의 사고방식, 길게 참으며 미래를 내다보는 태도, 그리고 엔지니어들의 창의적인 발상을 장려하는 팀플레이 중심의 문화였다.


이제 보잉은 다시 그 뿌리로 돌아가서 ‘공학 기반의 혁신’이라는 본연의 사명을 되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구세주로 모셔온 외부인사나 혁명적인 발상이 아니다. 지금 보잉이 해야 할 일은, 자사의 기술자들이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다시 한 번 혁신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를 극복할 힘은 이 내 안에 있다.

photo_2025-08-06_16-31-27.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What if: 러시아와 서방이 우방이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