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브코스모스(Glavkosmos)는 러시아의 우주 기술을 전 세계 고객에게 상업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설립된 로스코스모스(Roscosmos)의 자회사다. 러시아와 자유 세계의 연결이 완전히 단절된 지금, 이 포스터들은 실제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비록 냉전 직후인 90년대에 만들어진 포스터지만, 왠지 60년대의 느낌이 난다.)
이 포스터들은 러시아가 한때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했던 순간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옐친 대통령은 NATO 가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만약 자유 세계와 러시아가 손을 잡고 진정한 동맹이 되었다면, 오늘날 세계는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러시아가 NATO에 가입했다면, 미국은 이 기구를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의 갈등을 공동의 이익 아래 관리하는 글로벌 기구로 확대·재편할 수 있었을 것이다. 9·11 테러, 대테러 전쟁, 팔레스타인 문제, 이란과의 긴장 등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서방과 손을 잡은 러시아는 중국에게는 가히 최악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육지와 해상 양면에서 포위된 중국은 지금처럼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어쩌면 신냉전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1세기 들어 중국으로 흘러들어 간 글로벌 공급망의 일부가 러시아로 향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그렇게 되었다면 중국은 지금보다 훨씬 덜 중요한 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미국이 아닌 유럽을 중심에 둔 시나리오도 흥미롭다. 만약 러시아가 평화로운 방식으로 유럽의 일원이 되었다면, 오늘날의 유럽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러시아의 위협이 사라지고 그 자원과 군사력이 EU에 평화적으로 통합되었다면, 유럽은 미국과 ‘협력적 경쟁’을 하며 중국의 부상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세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어쩌면 그렇다. 냉전 직후의 자유 세계는 승리에 취해 러시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다가 NATO와 EU의 주요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합류로 인해 자신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내심 원치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건강한 우정을 위해선 양측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러시아는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었고, 부패는 여전히 만연했다. 연방 해체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민족 갈등과 국경 문제 역시 심각했다. 내부적으로는 민족주의자, 공산주의자, 분리주의자, 민주주의자, 그리고 구소련 기득권 세력 간의 갈등으로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현실적으로, 당시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은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무정부 상태와 혼란을 감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빠르게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파시스트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처럼 막대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에 대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결국, 과거를 되돌아보며 "그때 달랐다면…" 하고 상상하는 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러시아가 지금의 푸틴 체제가 아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는 것은 여전히 흥미로운 일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도 벌써 4년이 다 되어가지만, 전쟁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역사였던 걸까? 냉전이 끝났을 당시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가끔은 영화 어벤저스에 나오는 ‘타임스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