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진 보수의 판정승
미국 의류 소매업체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Outfitters, Inc.)**이 최근 배우 시드니 스위니(Sydney Sweeney)를 모델로 한 새로운 광고를 공개했다.
단순한 슬로건 *“Sydney Sweeney has great jeans”*를 내세운 이 광고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진보 단체들은 해당 광고가 여성을 성적으로 상품화했다고 비판했다.
지금은 삭제된 최초 버전에서는 논란이 더욱 거셌다. 그 버전에서 벽안의 금발 배우 스위니는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되며, 머리색, 성격, 심지어 눈 색깔까지 결정하기도 한다. 내 청바지는 파란색이다.”
일부에서는 이 대사를 ‘백인 우월성’을 암시하는 우생학적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아메리칸 이글은 단숨에 미국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의외인 점은 비판보다 지지가 더 높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적 가치에 지친 보수 성향 대중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SNS를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물론 아메리칸 이글의 목적은 특정 정당을 위한 문화 전쟁의 선봉이 되는 것이 아니다. 화제가 되는 것에 그치고 정작 청바지가 팔리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번 광고는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그것도 그냥 성공을 넘어 대성공한 수준이다. 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수 주째 언론 보도를 장악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관련 밈(meme)이 끝없이 생산되며 화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매출, 주문량, 매장 방문객 수 역시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민간 기업들은 광고와 제품에 진보적 어젠다를 반영하는 흐름에 동참해 왔다. 미의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Body Positivity’와 다양성 존중이 불문율처럼 통했다.
그러나 아메리칸 이글은 정반대 길을 선택했다. 광고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공식 중 하나—사람들은 섹스어필을 좋아한다—에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광고가 적절하다고 답했고, 부적절하다고 본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청바지는 전량 매진됐으며, 회사 주가는 최근 6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아메리칸 이글’이라는 이름이 전 세계인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철학과 가치에도 유행이 있다. 유교도 훈고학, 주자학, 양명학의 계보를 거치며 상황에 맞춰 변해왔다. 지금 우리는 진보적 가치의 유행이 끝나가는 걸 목격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