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사랑하라'

Small Satellite Conference 2025 참가 후기

by 셔니

Small Satellite Conference(이하 ‘SmallSat’)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Utah 주의 Salt Lake City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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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시작으로 우버 기사, 호텔 직원, 카페 점원까지 모두가 자연스럽게 “우주 행사 때문에 왔냐”라고 물어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행사로 자리 잡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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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반겨준 것은 상쾌한 가을 날씨였다. 저녁에는 15도까지 떨어져 살짝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였고, 낮에는 30도가 넘는 기온을 기록했지만 습도가 낮아 찜통 같은 한국 여름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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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는 ‘보수적이고 조용한 종교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저녁이 되자 시내 곳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뜨거운 젊음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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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만의 독특함은 분명 존재했다. 술집에 들어갔더니 여권을 보여주지 않으면 술을 팔 수 없다며 퇴짜를 맞았다. 마지막으로 술집에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불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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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 들어온 손자가 있을 법한 연배로 보이는 백인 노신사에게도 같은 요구를 하는 걸 보니 ‘Visual Age’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적용되는 절차인 듯했다, 좋다 말았다)


통성명을 마치자 스스럼없이 내게 종교를 묻는 사람도 많았다. ‘오지랖’을 금기시하는 미국의 다른 주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도시는 전반적으로 깔끔했고, 사람들은 친절했으며, 새벽에 길을 걸어도 오싹한 기운이 엄습하는 일 없이 안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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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관광 도시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곳곳에 유명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검색해 보니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비교적 저렴한 물가도 매력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행사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느껴졌다(문제는 그놈의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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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상 백인의 비율이 90% 이상이었고, 어디를 가나 Fox 뉴스가 틀어져 있어 공화당 색채가 강한 지역임을 실감했다.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본 현지인 중 다수가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다(단 ‘관세’ 문제만큼은 예외. 이번 행사의 주요 주제 중 하나도 관세로 인한 공급망 불확실성 대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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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여기에 해외 참가자들까지 더해져 열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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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타이틀은 ‘위성’을 강조하지만 전시자들의 면모는 위성을 중심으로 전후/주변의 모든 기능과 서비스에 걸쳐 대단히 다양했다. 위성에 납품하는 부품업체, 위성을 우주에 모셔갈 발사체 업체, 데이터를 처리하는 지상국 업체, 우주에 띄운 위성들이 제 궤도를 찾아가게 도와줄 OTV 업체들과 서로 충돌하지 않기 위한 관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대거 모여 다양한 면모를 자랑했다.


한국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이 눈에 띄었다. 한국이 범국가 차원에서 우주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으며,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어 하는 업체도 많았다. “새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연히 트럼프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한국이 대통령제인지 내각제인지조차 모른다는 걸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었다(혹은 미국인들도 관심을 가질 만큼 최근에 한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충격적이었던 것이었을지도).


NASA 예산 삭감도 해외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불안감을 자극한 듯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반갑긴 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만큼의 실망으로 돌아올 수 있기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원래 SmallSat은 공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대학 도시 Logan에서 열렸다.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연구 결과를 나누며 즐기는 학술제 성격으로 시작했으나 우주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Logan의 인프라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져 공항에서 도보로도 이동 가능한 Salt Lake City로 올해 처음 무대를 옮긴 것.

photo_2025-08-13_08-38-14.jpg 아침 7시에 진행요원 대상으로 진행되는 '정신교육 타임'. 총괄로 보이는 여성 매니저의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었다. 구경하는 재미 때문에 나도 덩달아 7시부터 일정 시작

이사 전후를 비교해 어느 쪽이 더 좋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도심과 떨어진 자연 속 ‘덕후들의 동창회’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이도 있었고, 쾌적한 인프라와 운영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행사가 만족스러웠지만 “이제는 'Satellite Show'와 다를 게 없다”며 이 행사만의 독특한 매력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도 이해된다. 어쩌면 이것도 과학에서 비즈니스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포기해야 하는 낭만 중 하나이리라.


(Satellite Show: 매년 상반기 워싱턴 D.C. 에서 열리는 우주 비즈니스 컨퍼런스. SmallSat이 ‘덕후’ 이미지라면, Satellite Show는 돈냄새가 물씬 나는 깔끔한 '세일즈맨' 이미지에 가깝다)

photo_2025-08-13_08-32-02 (2).jpg 분위기나마 과거의 이미지를 계승하고 싶었던 걸까? 행사장의 컨셉은 자연 속 캠프를 연출하고 싶어 한 느낌이 들었다.

행사 장소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지자체의 희비도 엇갈렸다. 작년에 방문객들과 행사 스폰서들이 Logan에서 일주일간 쓰고 간 돈만 7천만 달러에 달했다고. 부쩍 커진 규모로 보아 올해는 1억 달러를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면 경기부양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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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게 이번 행사를 대표할 캐치프레이즈를 묻는다면 ‘먹고, 마시고, 사랑하라’고 하 것 같다. 행사 기간 내내 도심 곳곳에서 네트워킹 이벤트가 열렸고, 스폰서와 주최 측 행사가 이어졌다. 욕심내서 전부 참석하려 하면 시차+과로+숙취 콤보로 정말 무슨 일이 날 수도 있다.

photo_2025-08-13_08-42-34.jpg 짧게 치고 빠지며 돌아다녀도 전부 참석하는 건 불가능. 이 밖에 서브 이벤트로 진행된 것도 많다

하지만 원래 인간은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서, 원초적인 행위를 함께 할 때 더 솔직해지고 친해지는 법이다. 기왕 행사에 참여를 결정한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달릴 각오를 하고 오길 권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격의 없이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게다가 대부분 술과 음식이 무한으로 무료(!)다. 우리는 체력(+'ENTJ 인격')만 준비하면 된다.

제목 없음.jpg 심야까지 이어지는 이벤트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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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되는 점심. 참가비에 포함되어 있는데 퀄리티가 훌륭하다. 이 밖에도 행사장 곳곳에서 각종 간식과 주류가 쉴 새 없이 제공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식단을 관리해 줘야 한다. 주는 대로 받아먹으면 저녁에 제대로 된 음식을 못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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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만난 몰몬교를 믿는 미 우주군 중령. 종교 관련 이야기를 나누면서 금방 친해졌다. 사진 속 책은 선물로 받은 한국어로 된 모르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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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X가 자사의 Rideshare 패키지를 소개하는 모습. 원래 제품에 자신이 있으면 간결한 발표로도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다(사랑합니다 고객님,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습니다 등의 BS은 없었다. 그냥 숫자만 딱딱 짚어주고 발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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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발사체 Eclipse의 공동개발 진척을 소개하는 Firefly와 Northrop Grum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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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절대 강자나 고정된 룰이 없는 우주 업계 특유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견고한 피라미드 같은 항공, 서로 대화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방산에 비해 우주는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복잡한 거미줄 같았다. 누가 갑이고 을일지 만나기 전까지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 직급을 내려놓고 복잡한 ‘사랑의 리쉐스트’을 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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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선두주자이지만 모든 걸 혼자 해낼 수는 없으며, NASA 예산 삭감으로 불안정성이 커진 현지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 깊은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우리가 창의적으로 접근하면 미국과 ‘Give & Take’ 관계를 만들지 못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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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밀도 있는 시간이었다. 속전속결을 원하는 기업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알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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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Spied on, 정체불명의 스파이가 내 모습을 찍어서 본국에 송부. 보이지 않는 곳일수록 더욱 행동가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걸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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