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사라진 로망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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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와 2025년의 이코노미석을 비교한 사진이다.



모든 기술은 처음에는 공상으로 시작한다. 한때 전쟁용으로만 쓰이던 비행기를 민간의 여행 수단으로 전환한다는 발상도 처음에는 허황된 시도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대중의 인식 변화 속에서 민간 항공은 현실이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하늘길이 활짝 열린 것은 아니었다. 기술적 한계와 막대한 비용 때문에 오직 극소수의 부유층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과 사회적 과시였다. 따라서 항공사도 승객 한 명 한 명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어차피 이들은 가격 민감도가 낮았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이 축적되고 원가가 낮아지면서 항공산업의 패러다임도 바뀌게 되었다. 하늘을 나는 일은 더 이상 소수의 특권이 아니라 너도 나도 누릴 수 있는 일상적 소비가 되었다. 주 고객층이 가격에 둔감한 상류층에서 가성비를 원하는 대중으로 이동하면서, 항공사들은 ‘최고의 경험’보다는 ‘합리적 가격과 최적화된 서비스’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2025년 사진 속 빼곡히 들어찬 좌석을 보고 21세기의 자본주의가 1970년대보다 탐욕스럽다는 증거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항공기술의 민주화가 완성된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제대로 된 기내식이 없고 좌석이 좁더라도 가격이 저렴하면 만족하는, 비행기에 익숙해 더 이상 특별한 기대가 없는 승객들을 겨냥한 상품들이 시장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스마트폰을 들 수 있다. 한때는 그 자체가 패션 아이템이었던 스마트폰이지만, 이제는 아이폰조차도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객들은 소수의 매니아를 제외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세부 스펙보다는 가격과 요금제 패키지를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새롭게 떠오른 기술은 언제나 먼저 소수의 손에 쥐어지고, 그들은 그것을 통해 과시의 욕구를 드러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일상이 되며, 그 과정에서 기술에 투영되는 욕망도 변주된다. 우리는 더 이상 비행기를 타며 ‘잊을 수 없는 경험’을 기대하지 않는다. 인류의 하늘길 정복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비록 낭만은 사라졌지만 말이다. 전기차와 인공지능 또한 언젠가는 신선함을 잃고 비슷한 여정을 걷게 될 것이다.



물론 인간에게 과시와 사치의 욕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대상으로 옮겨갈 뿐이다.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인류의 욕망이 변주되는 리듬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한다. 오페라 중 엉뚱한 타이밍에 박수를 쳤다간 '그날의 빌런'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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