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

슈카의 위험한 실험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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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슈카가 한국의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에 경종을 울린다는 명분으로 팝업 베이커리 ‘EFT 베이커리’를 열어 화제다. 대표 상품인 소금빵은 990원, 다른 메뉴도 일반 빵집에 비해 확실히 저렴하다.


그런데 과연 이 가격이 화제가 될 만큼 혁신적인 것일까? 더 나아가 기존 빵집들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 팝업 형태로 운영되기에 임대료 부담이 없고, 마케팅 역시 본인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물론 근거는 없지만) 협업사인 ‘글로우서울’이 상품 기획을 전담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한시적 운영이라는 전제하에 사실상 노마진에 가까운 가격 정책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꾸준한 잉여자본 축적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운 기존 제빵 업계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한국의 빵은 예전부터 ‘폭리’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이번 이벤트가 그 이미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 빵집의 폐업률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은 치킨집이나 커피 전문점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 빵이 외국보다 비싸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고, 빵 특성상 인건비 비중을 낮추기도 어렵다는 업계의 하소연 또한 이해되는 부분이다. 나는 제빵 전문가는 아니기에 슈카와 제빵 업계 중 어느 쪽의 원가가 합리적인지는 판단할 능력이 없다. 온라인 여론은 ‘유통 구조가 문제’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건 ‘원가’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가격을 바라보는 태도다. 자본주의에서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함수로 결정된다. 빵 한 개를 만드는데 원가가 900원이라고 해서 990원에 팔아야 정상이고, 3천 원에 팔면 폭리가 된다는 식의 사고는 자본주의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가격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3천 원이든 1만 원이든, 그 가격에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이다. 같은 물 한 병도 마트, 야구경기장, 비행기에서 각각 다른 값에 팔린다. 과거 대항해시대에 후추와 초콜릿이 황금만큼 비싼 값에 거래됐지만, 우리는 그때 상인들의 탐욕을 비난하지 않는다.


물론 원가에 집착하는 성향이 한국만의 특수성은 아니다. 1999년 코카콜라는 자판기에 온도 감지 센서를 달아, 기온에 따라 음료 가격이 자동으로 변동되는 기능을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착취당한다’는 인식을 갖고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공급자 중심, 배급과 규제로 가격이 정해지던 시절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소수 기업의 정보 독점 구조가 직구·유튜브 등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이제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선택으로 정해진다. 정부의 역할 역시 단순히 원가를 파고드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유통 과정의 불필요한 거품을 제거하고, 소비자들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괜히 이번 일을 계기로 ‘빵값 단속’ 같은 시대착오적 조치가 나올까 우려스럽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원가의 산출물이 아니라 선택과 가치 판단의 결과다. 눈앞에 보이는 일부 사례—예컨대 ‘990원 소금빵’—만 보고 전체를 재단하는 것은 성숙한 태도가 아니다.


** 그렇다면 슈카는 이번 기획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빵 판매 자체가 목적은 아닐 것이다. 그 시간에 방송을 몇 개 더 찍는 게 오히려 가성비가 높다. 관련 콘텐츠가 폭발적인 조회수를 끌어내는 것도 아니다. 슈카의 강점은 참신한 경제·시사 분석인데, 이번엔 마치 백종원 방송을 보는 듯한 빵 품평회가 이어지며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혹시 ‘경제 정의’를 실현하는 자경단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이 이벤트를 계기로 또 다른 사업을 준비하는 것일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


** 집이 성수 쪽이라 지나가는 길에 들러보려 했지만, 무시무시한 폭염 속에서도 줄이 너무 길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만큼 화제를 모았다는 점은 분명 성공적이다. 다만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모델일지는 의문이다. 슈카라는 유명인을 제외하고 본다면, 지하철 1천 원 빵집이 오히려 더 우월한 구조일 수 있다. 가격도 이쪽이 더 저렴하다(맛은 아직 먹어보지 못했으니 판단은 유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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