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과 말의 길이는 반비례한다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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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에 길이 남을 한 장면이 있다. 아직 신참이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영화 ‘에일리언(Alien)’의 속편 기획을 발표하기 위해 스튜디오 회의실에 들어섰다.


놀랍게도 제임스 카메론은 맨손이었다. 의아해하는 임원들과 투자자들 앞에서 카메론은 화이트보드에 천천히 ALIEN을 써내려 갔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뒤에 ‘S’ 한 글자를 덧붙였다. 그 글자에 두 줄을 그어 달러 기호로 바꾸었다.


그 한 글자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에일리언(Alien)이 고립의 공포를 다룬 이야기였다면 에일리언2(Aliens)는 파괴된 인간이 동료 간의 신뢰와 모성애를 통해 회복하는 이야기였다. 결말부에서는 1편에서 악마처럼 묘사되었던 인조인간과도 화해하게 된다.


에일리언2는 1편을 존중하는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한 속편으로 남았다. 그리고 제임스 카멜론은 글자 하나로 자기가 하려는 게 무엇인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열광하는 관객들을 상대로 S에 두줄을 그어 달러 기호로 바꾸며 발표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자기 생각에 자신이 없으면 디테일과 화려한 용어, 그리고 만약에 대비한 변명들로 본질을 덧칠한다. 이러한 과잉 친절은 결국 상대방이 아닌 본인을 위한 것이다. 넘쳐나는 데이터와 미사여구 속에 정작 중요한 질문들은 묻히게 된다. 전작과 다른 게 뭔가? 만드는 데 돈은 얼마나 들고 그 돈은 어디서 구해올까? 개봉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는 사람은 굳이 긴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모든 군더더기와 헛소리를 걷어낸 본질만으로도 충분한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면 문장 하나로도 그 진가를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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