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 공장 건설 현장에서 300여 명의 한국인을 포함한 총 475명의 노동자가 구금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우리 언론이 이번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정치적이다. “한미동맹에 금이 갔다”는 주장과 “동맹은 견고하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크게 복잡할 것이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단속 대상이 된 노동자들은 B1 비자나 ESTA로 체류한 상태에서 근로에 종사하고 있었다.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위반이다.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출장자들이 면책 특권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이번 조치가 과연 불가피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보면 특별한 보복이나 예외적 탄압이라기보다 기존의 이민 단속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동맹의 균열을 운운하는 것은 정치 과잉으로 느껴진다.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다른 곳에 있다. 왜 이토록 많은 한국인 기술자들이 편법을 무릅쓰고 미국 현장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비록 이게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 제조업의 쇠퇴는 노동시장의 취약성과 때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높은 인건비, 불안정한 인력 수급, 그리고 고용 유지의 어려움은 이미 업계의 공공연한 현실이다. 이번 사건도 납기와 비용의 압박 속에서 현장이 쥐어짠 궁여지책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임시변통이 영속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이는 미국이 내세우는 제조업 부활의 구호와도 충돌한다. 고용 창출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거나, 이뤄지더라도 보조적·임시적 역할에 머문다면, 아무리 많은 공장이 세워진다 한들 그것은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일 뿐이다. 돌이켜보니 미국 TSMC 공장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핵심 업무가 대만 파견 인력에 집중되고, 회의가 중국어로 진행된다는 이유로 현지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태가 조속히, 그리고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 우리 역시 불법이 있었다면 겸허히 인정하고, 필요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비자 절차 완화, 현지 고용 인센티브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내는 외교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이번 사건이 단발적 해프닝으로 끝내지 않고, 새옹지마가 되어 양국이 건강한 협력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