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100년 전, 중국에서는 정부가 국가 경제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그 논쟁을 회의록처럼 기록한 책이 바로 《염철론》이다.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당시의 논거들을 직접 확인하며 양측의 논리를 차분히 곱씹어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2천 년 전 이미 국가 개입과 자유 방임을 주제로 이토록 수준 높은 토론이 가능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지금의 대선 토론에서도 보기 어려운 깊이와 격조가 느껴진다.
배경은 이렇다. 한나라 무제는 흉노 정벌을 비롯한 거대한 사업을 추진했는데, 이를 위해 막대한 재정이 필요했다. 그는 소금·철·술을 국가가 독점 판매하는 전매 제도를 도입했고, 이를 주도한 인물은 상인 출신에서 기술 관료로 발탁된 상홍양이었다. 전매 제도로 확보한 재원은 제국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후임 황제 소제는 유학자 60여 명을 불러 조정 관료들과 토론을 벌이게 했다. 무려 5개월간 이어진 이 논의는 정부 주최임에도 신랄한 비판이 오가는 ‘끝장 토론’의 장이었다.
폐지론의 주장
반대파는 국가 개입이 필연적으로 정경유착과 부패를 낳으며, 운영 과정에서 불필요한 관료 조직만 늘린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직접 품질과 가격을 통제하다 보니 값은 비싸고 품질은 떨어진다며, 차라리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민간이 자율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근본 입장은 “정부가 민간과 이익을 다투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즉 국가의 역할은 질서 유지와 도덕적 지도에 국한되어야 하며, 세금과 병역 역시 가능한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지론의 주장
찬성파는 “나라가 강해야 백성의 삶도 보장된다”고 반박했다. 군비와 행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전매제는 불가피하며, 소금과 철 같은 필수 자원은 몇몇 상인이 독점하기보다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부가 물자를 통제해야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일부 상인들이 과도한 부를 축적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보았다.
흑백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논쟁
겉으로 보면 반대파가 더 애민적 성향을 띤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게 단순화할 수는 없다. 그들이 말한 ‘백성’은 실제로 상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일부 상위 계층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찬성파 역시 순수한 애국 관료라기보다는, 무제 시절 중앙집권화 속에서 성장한 신흥 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했다. 따라서 이 논쟁은 단순히 정책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토지 기반의 지방 세력과 제국 팽창 과정에서 부상한 중앙 관료 집단 간의 권력 다툼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논쟁의 가치를 단순한 힘겨루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애초에 모든 정치적 주장에는 공적 헌신과 사적 이익이 뒤섞여 있기 마련이다. 어느 한쪽을 탐관오리나 현실 모르는 이상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국가 정책을 두고 날 선 토론을 벌일 수 있었던 개방적 분위기다. 《염철론》에는 유지론자들이 공자를 ‘세상 물정을 모른 지도자’로, 반대파가 상대를 ‘상앙의 실패를 되풀이한다’고 몰아붙이는 장면이 기록돼 있다. 흔히 떠올리는 유교적 전제군주의 경직된 모습과는 다른, 생생하고 파격적인 장면들이 이어진다.
2천년을 넘게 이어지는 논쟁
토론의 결론은 절충이었다. 술 전매는 전면 폐지되었지만, 철은 부분적 해제에 그쳤고 소금은 여전히 국가 전매품으로 남았다. 언제나 그렇듯 정치의 세계에는 완벽한 모범 답안이 없었던 것이다. 훗날 황제 원제는 유교적 이상에 따라 전매제를 전면 폐지했다가 국가 재정 파탄을 맞았으며, 한나라를 대신해 권력을 잡은 왕망은 전매제를 강화하고 모든 물가를 직접 통제했다가 암시장이 번성하며 경제가 붕괴했다.
정책에는 ‘마법의 열쇠’ 같은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벌이는 논쟁 역시 표현만 조금 더 세련돼졌을 뿐, 《염철론》에 담긴 문제의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황 변화에 맞춰 꾸준히 길을 고쳐 나가는 기민함, 과거 결정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함, 그리고 세상에 유일한 정답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균형 감각일 것이다. 아마도 《염철론》의 논의는 앞으로도 정부라는 것이 존재하는 한 되풀이될지 모른다.
Note: 현재 집권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이 소금 전매제가 완전히 폐지된 건 2014년이다. 물론, 사정이 바뀌면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 완벽한 정책이란 없으며 역사는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