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최고의 프로덕트 디렉터

by 셔니
maxresdefault.jpg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름 자체가 고유의 스타일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는 영화 감독 명이다(추가로 꼽자면 데이비드 핀처, 쿠엔틴 타란티노 정도일까. 제임스 카메론은아바타시리즈에 올인하면서 예전만큼의 이야기꾼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

저예산 스릴러 <미행(Following)>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12편의 영화를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경이로운 업적을 남겼다. 심지어 <테넷(Tenet)>조차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결코 범작이라고 작품은 아니었다.

그는 IMAX 포맷을 대중화시켰고, 여전히 극장에서만 경험할 있는 경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거듭 증명해왔다. CG 사용을 최소화하는 연출, 시간을 비트는 서사 구조, 깊이 있는 스토리를 결합한 독창적 스타일은 까다로운 비평가들과 대중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놀란의 팬으로서 사심을 듬뿍 담아, 그의 성공 공식을 프로젝트 매니저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photo_2025-09-16_21-57-21.jpg

[1] 생기 넘치고 믿을 있는 팀을 구축하라

안에서 당신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잘못된 방에 있는 것이다.”

훌륭한 감독은 분야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들을 모으고, 그들을 하나의 팀으로 조화롭게 이끌어야 한다. 무난하고 다루기 쉽다는 이유로 평범한 사람들만 곁에 둔다면 결과물 역시 평범할 수밖에 없다.

놀란은 업계에서 가장 재능 있고 개성 강한 이들과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보기 드문 감독이다(영화 업계에서재능 있고 개성이 강하다 말은 고집이 세다는 뜻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그는, 아직 거장 반열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마이클 케인, 파치노, 로빈 윌리엄스, 크리스천 베일, 킬리언 머피, 게리 올드만 같은 배우들을 자신의 팀에 합류시켰다.

이후 데이먼, 음악가 한스 짐머, 촬영감독 월리 피스터, 각본가이자 동생인 조너선 놀란, 아내이자 프로듀서인 엠마 토마스까지 더해지면서 그의 팀은 더욱 견고하고 다채로워졌다.

[2] 항상 새롭고 신선하게

놀란은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의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관객들은이번엔 어떤 장르와 어떤 이야기에 도전할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는 <메멘토>에서 전통적인 선형적 서사를 깨뜨렸고, <인섬니아>에서는 로빈 윌리엄스에게 악역의 얼굴을 부여했다. <다크 나이트> 삼부작으로 슈퍼히어로 영화의 문법을 새롭게 썼으며, <인셉션>에서는 인식, <테넷>에서는 시간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를 새로운 방식으로 시각화했고, <덩케르크>에서는 스필버그식 감상주의를 벗어난 시선으로 전쟁을 묘사했다.

보통 감독들은 성공을 거두면 과거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기 마련이지만, 놀란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유일한 시리즈물은 <다크 나이트> 삼부작이지만, 모두 배트맨이 등장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혀 다른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독창적이다.

[3] 기본은 한결같이

놀란의 영화들은 형식과 장르는 매번 달라지지만, 근간에 흐르는 정서는 일관된다. 그는 언제나 인물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특유의 리얼하고 세밀한 설정 덕분에 관객들은 캐릭터들의 고뇌에 쉽게 공감하게 된다(심지어 배트맨조차도!) 관객들은 놀란이 빚은 캐릭터들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삶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4] 브랜드를 구축하라

놀란은 1980년대 영화 제작 방식, 오리지널 스토리, 아날로그 필름, 실물 특수효과에 답답해 보일 만큼 충실하다.

그는 마블 전성시대에도 프랜차이즈 열풍을 끝까지 거부했고, 넷플릭스가 대세인 시대에도 스트리밍 플랫폼을 외면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고전적 영화 제작의 상징적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브랜드를 희생하지 않았다.

[5] 훌륭한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라

놀란은 프로젝트를 제때, 예산 안에서 완수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있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가 아무리 막대한 자원을 요구하더라도 스튜디오는 그를 신뢰한다. 결국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신뢰다. 차곡차곡 신뢰를 쌓지 않았다면 무한한 자율을 누리는 오늘날의 놀란은 없었을 것이다.

photo_2025-09-16_21-57-56.jpg

그의 12번째 작품 <오펜하이머> 놀란의 장점이 극대화된 작품이었다. 과연 다음 작품 <오디세이> 뛰어넘을 있을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오디세이> 원작이 존재하기에 놀란이 창의적으로 각본을 구성할 여지가 제한된다. 또한 초자연적 요소가 가득한 판타지라는 점에서,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접근이 통할지 의문이다. 배트맨조차 현실 캐릭터로 끌어낸 그였지만, 이번 도전은 난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어려운 시도에 도전하는 용감한 감독과 같은 시대를 산다는 즐거움이다.

사실 나도 처음엔 <오펜하이머> 놀란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드라이할 있는 이야기를미국의 프로메테우스 대한 심오한 내용으로 만들어 기대를 훌쩍 넘어섰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야기 하나인 <오디세이> 그가 어떻게 재해석할지 기대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큰 정부, 작은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