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는 자유민을 이길 수 없다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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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의 경제는 공화정(초기)과 제정(중, 후기)를 막론하고 노예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제국의 전성기를 기준으로 로마에는 약 500만 명의 노예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다. 노예들은 제국의 농업, 광산, 제조업, 심지어는 군단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 과연 노예제는 효율적이었을까?


이미 당대에도 노예들이 오로지 채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기록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자발적인 의욕의 부족은 노예들의 노동을 자유민의 그것보다 훨씬 비생산적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노예를 부리기 위해서는 감시와 통제를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갔다. 강압과 폭력은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모르나 그 효과는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꼼수와 도주, 심지어 반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 우리는 로마 제국이 중세보다 훨씬 발전한 사회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지만, 인당 생산성만 놓고 보면 로마의 노예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율을 허용했던 중세의 봉건제가 오히려 효율적인 체제였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물론 농노가 '자유민'이었던 건 아니지만 '노예'에 비하면).


제국은 게르만족이 반란을 일으키기 이전에 이미 노예 노동의 구조적 한계로 성장 동력이 약화되어 내부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더 이상 정복할 곳이 없고 새로운 노예를 확보할 수 없게 되자 로마 경제의 성장도 멈추었다. 노예를 채찍질하는 것으로는 단순 노동을 강요할 순 있어도 혁신이나 생산성을 향상할 순 없었다. 인간의 창의력은 오직 자율적 동기로만 발휘되며 폭력과 협박, 감시로는 결코 발휘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강제력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일시적으로 규모의 우위를 점할 수는 있지만 결코 자율적 창의력을 능가할 수 없다. 이는 역사를 거쳐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식민지 착취에 의존했던 영국과 프랑스는 자국 공업화에 집중한 독일에게 추격당했다. 좀더 최근의 예로는 스탈린 소련의 중공업화와 모택동의 집단농장이 있다.


단판승부가 아닌 한 노예는 결코 자유민을 이길 수 없다. 당신이 뭐든 기고 싶다면 주변에 노예가 아닌 자유민들을 둘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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