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의 정체성 위기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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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의 무거운 발걸음 -



한국에서 카카오톡은 단순한 앱 이상의 존재다. 스마트폰 초창기 시장을 선점한 덕분에 메신저를 넘어 국민들의 일상을 관통하는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랬던 카카오톡이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인스타그램을 어설프게 따라 한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쏟아진 불만과 결국 원복으로 이어진 해프닝은 단순한 기획 실패가 아니라, 카카오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사실 “위기의 카카오”라는 말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회자됐다. 주가의 급등락, 무분별한 확장과 독점 논란, 데이터센터 화재로 드러난 인프라 취약성까지 곳곳에서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이번 업데이트 논란은 그간 쌓여온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신호탄에 불과하다.



- 본질을 잊다 -



카카오톡의 성공 비결은 단순했다. 쉽고, 가볍고, 무료였다는 점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배울 수 있었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 처음 카카오톡이 등장했을 때, 당시 내 상사는 카카오톡의 이름조차 몰라 그저 ‘무료 문자’라고 불렀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카카오톡의 본질이자 성공 요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카카오톡은 다르다. ‘올라이프 플랫폼’을 표방하며 수많은 기능과 광고를 덧붙인 결과 비대하고 복잡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 다변화가 이뤄졌지만, 사용자에게는 갈수록 어렵고, 무겁고, 억지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한때 카카오는 “무엇을 해도 성공하는 기업”처럼 보였다. 결제, 택시, 음악, 게임 등 카카오라는 이름만 붙으면 흥행이 보장되는 듯했다. ‘애니팡’은 단순한 퍼즐 게임에 불과했지만, 카카오의 친구 기능 하나만으로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 마법은 오래가지 않았다. 질적인 혁신이 아닌 수평적 확장에만 집착한 결과, 독점 논란과 사회적 반발을 불러왔다.



- 빗나간 모방, 잃어버린 정체성 -



이번 업데이트에서 카카오가 노린 건 분명하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에게서 사용자 시간을 빼앗아 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SNS가 아닌 메신저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계정을 선택해 팔로우하는 SNS와 달리, 카카오톡은 원치 않는 지인 관계까지 얽힌 플랫폼이다. 앱을 열었을 때 상사, 껄끄러운 친구, 전 애인의 얼굴이 가장 먼저 뜬다면, 그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카카오톡이 스스로의 본질을 망각하고 콘텐츠 플랫폼을 경쟁자로 착각했다는 데 있다. 이는 본연의 장점을 버린 채 남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복제하려다 실패한 전형적인 사례다. 농구를 접고 야구에 도전했던 마이클 조던이 떠오른다. 조던은 ‘낭만적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고, NBA로 돌아왔을 때 모두의 환영을 받았지만, 카카오톡은 이번 시도로 그나마 남아 있던 혁신 이미지마저 대부분 상실하고 말았다.



스스로의 본질을 망각하고 새로운 것, 인기 있는 것, 그럴듯해 보이는 것만 좇다 보면 결말은 비극일 수밖에 없다. “남귤북지” — 귤나무를 회수 남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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