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라는 게 있다. 무언가를 퍼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을 금지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유명 가수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자산의 저택이 찍힌 사진을 내려달라며 소송을 걸자, 오히려 그 뉴스로 사람들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건에서 유래되었다.
카카오의 홍민택 CPO(이하 ‘홍민택’으로 호칭)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 관련 글들을 내려달라고 나무위키에 요청한 것이 밝혀져 화제다. 문제가 된 글들은 ‘2025년 카카오톡 대개편 관련 논란’과 ‘카톡팝’이라고 하는데, 지금 들어가보니 항목 자체는 살아있지만 편집이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홍민택의 항의가 일부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홍민택’ 본인 사이트는 아예 삭제된 상태.
현재 홍민택을 둘러싼 주요 논란들은 다음과 같다.
- 토스 출신들을 요직 곳곳에 꽂아 조직을 장악했다.
- 사업 추진력을 명분으로 마케팅, 디자인, 사업개발 기능까지 흡수해 조직을 장악했고, 그 결과 카카오 직원의 약 절반이 CPO 산하가 됐다. 심지어 CPO 조직만 별도의 업무 플랫폼을 사용해 정보를 장악하는 등 조직을 노골적으로 편가르기 했다.
- 토스 문화를 강제로 주입하며 기존의 카카오 문화, 카카오 출신들을 노골적으로 폄하했다. (무능하고 안일하다는 뜻의 멸칭인 ‘까무원’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는 의혹도 있다)
- 카카오 개편 계획에 기존 카카오 개발자들이 여러 차례 우려 사항을 전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 개편 강행에 소비자들이 큰 반감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홍민택을 둘러싼 논란 가운데 의아한 부분과 민감한 내용들이 눈에 띄는 건 사실이다. 카카오톡 개편을 둘러싼 불만이 ‘홍민택과 그가 구축한 토스 카르텔’에 집중되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회사보다 홍민택 개인이 비판의 중심이 된 느낌마저 든다. 아무리 카카오가 최근 뒤숭숭했다고 해도, 불과 반년만에 특정 카르텔이 전사를 장악하는 상황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홍민택 씨가 카카오로 적을 옮긴 건 올해 2월이다). 즉, 현재의 구조는 카카오가 이사진 차원에서 동의(또는 방조)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홍민택의 경영 행태에 대한 불만도 주로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근거라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된 ‘그분’도 과거 블라인드에 올라온 목격담을 가장한 칭송하는 글이 상승의 동력이 되었던 적이 있다.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카톡팝’도 마찬가지다. 네티즌들의 재치 넘치는 해학은 인상적이지만, 이렇게 개인 얼굴을 AI 처리하는 건 초상권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카카오가 준 공공재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홍민택이 공인인 건 아니지 않은가?
다만, 이러한 변호는 개편 사태가 불거진 배경에 한정해서만 가능하다. 사태 이후 홍민택이 보여준 대처는 도저히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4분기 내에 롤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도대체 뭐가 문제였고 앞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진지한 대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트래픽이 줄지 않았으니 실패가 아니라는 말을 한 것도 공분을 샀다. 정작 대개편의 핵심이자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AI 서비스 적용이 지지부진한 것도 실망을 더하는 부분이다.
C-Level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는 아직 1982년생(나랑 동갑이네)으로 이렇게 큰 논란 앞에 초연하기에는 젊은 나이다.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걸까? 이번 나무위키 삭제 요청은 돌이키기 어려운 악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람들이 홍민택이 누구인지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이런 논란이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카카오 사태를 홍민택과 연결하여 연상케 된다 (그러고보니 카카오 CEO의 이름이 뭐였더라?) 당장 나부터도 나무위키 논란이 아니었다면 ‘카톡팝’을 찾아보게 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컨텐츠 산업의 강화를 추구하겠다는 카카오가 나무위키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도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나무위키는 트래픽 기준 구글, 네이버, 유튜브, 다음에 이어 국내 5위를 자랑한다. 허위투성이라고 폄하할 수 없는 것이 미국도 Reddit(미국판 디씨)이 YouTube를 능가하는 ChatGPT의 최대 데이터 공급원인 것이 현실이다. 온갖 생각들이 뒤엉켜 자정과 격돌, 융합과 분열, 그리고 재융합을 거치며 강처럼 흘러 모여 바다를 이루는 게 이 세상이다.
AI 합성에 반발한 것도 카카오 입장에서는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자발적 창작활동을 촉진해야 하는 카카오(정확히는 카카오의 임원)가 창작활동을 대상으로 고소를 제기하는 게 좋은 시그널을 줄리 없다. 플러스, 이런 식으로 네티즌을 자극하면 고소를 당하지 않는 선에서 더욱 교묘한 패러디를 시도한 작품이 폭증할 뿐이다.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하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이다.
논란에 가장 좋은 대처하는 마음가짐은 의연함이다. 숨기면 더 드러나고, 때리면 더 커지고, 낮추면 더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