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으로 그려진 나라들은 푸틴이 방문할 경우 그를 체포할 법적 의무가 있는 나라들이다.
보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빨간색으로 그려진 나라들은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회원국들이다. ICC는 2002년에 설립되었으며, 2025년 현재 총 125개국이 가입해 있다. ICC는 전쟁범죄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를 회원국의 법정을 대신해서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단, 회원국의 법정이 기소할 의지나 능력이 없을 경우에 한하며, 용의자가 회원국 국민이거나 회원국의 영토에서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개입할 수 있다.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ICC 가입을 추진했으나 이후 집권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가입을 철회했다. ICC가 미국 군인이나 정보요원들을 기소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002년, 미국은 미군보호법(ASPA, American Service-Members’ Protection Act)을 제정해 ICC와의 협력을 사실상 차단했다. 이후 미국은 ICC와 매우 제한적으로, 필요한 사안에 한해서만 ICC와 간헐적으로만 협력했으며, 그 결과 ICC는 시작부터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푸틴은 ICC 회원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전쟁범죄 협의로 전범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론적으로 모든 ICC 회원국들은 푸틴이 방문하면 제압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푸틴은 아무리 원해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게 불가능하다.
잠깐… 정말 그럴까? 2024년, 전범으로 분류된 푸틴이 ICC 회원국 중 하나인 몽골을 방문했지만 그를 체포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몽골 정보에 푸틴 체포를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푸틴은 국빈 대접을 받으며 누릴 걸 다 누리고 안전하게 귀국길에 올랐다.
조약이란, 그것을 지킬 의지와 힘이 없으면 결국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는 힘이 곧 원칙인 시대를 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언제나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단지 예외를 요구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