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벨평화상 수상이 불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8개의 전쟁을 끝냈다”며 스스로를 ‘평화의 대통령’이라 칭하고 있다. 가자 전쟁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사례가 없어 의문이었는데, 이러한 궁금증을 품은 건 나뿐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트럼프가 언급한 ‘나머지 전쟁들’이 무엇인지 추적한 기사가 나왔는데, 그들이 유추한 트럼프가 ‘끝냈다’고 주장하는 분쟁들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트럼프가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보이는 순서로 나열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가장 선명하고 중요한 업적. 그러나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가자지구의 새 정부 구성 등 난제가 많아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할 때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세계에서 가장 갈등이 큰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지난 8월 워싱턴에서 평화협정이 발표된 이후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양국 정상은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선제적으로 공격해 사태를 조기에 진정시켰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이는 힘으로 찍어 눌러 얻어낸 일시적 안정일 뿐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올 6월 트럼프의 중재 아래 워싱턴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됐으나 이후에도 양측 간 산발적 충돌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랜 숙적인 두 나라가 평화를 지향한다는 최소한의 합의를 이룬 것은 분명 의의가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두 나라간 무력 충돌이 벌어지자 트럼프는 무역을 지렛대로 삼아 개입할 의사를 드러냈다. 인도 측은 ‘조기 종전은 양국 간 직접 협의의 결과’라며 미국의 역할을 폄하하고 있지만 장기전으로 번지지 않은 데에는 미국의 영향이 어느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태국과 캄보디아: 양국 간 무력시위가 격화되며 전쟁이 아시아로 번질 거라는 공포가 커졌지만 다행히 조기에 휴전이 성사됐다. 여기에는 미국의 경제적 압박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나일강 수자원 분쟁으로 긴장이 고조됐으나 실제 무력 충돌로 비화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전쟁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르비아와 코소보: 두 나라 간 오랜 적대관계 속에서 미국이 경제적 압력을 행사해 ‘전쟁 위기’를 막았다고 트럼프는 말하지만, 그 실체는 불분명하다.
결론: 트럼프가 국제 분쟁을 막는 데 대단히 적극적인 대통령이며 그의 노력이 일정한 성과를 낸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일시적 휴전’이기 때문에 언제든 상황이 다시 악화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개별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보다 전세계에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확산되는 걸 막는 게 중요하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일 것이다. 트럼프가 여러 분쟁을 막는 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람들 머리 속에 남는 게 거의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