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X의 독점
NASA 전략투자부에서 근무했던 Moon Kim의 연구에 따르면, 기술이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NASA는 30년 전보다(물가를 감안하더라도) 더 많은 돈을 들여 로켓을 쏘아 올리고 있다.
재사용과 민영화로 요약되는 최근의 놀라운 혁신에도 불구하고 NASA의 발사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싸다는 착각
SpaceX는 미국 우주 발사 시장의 절대 강자다. 높은 발사 빈도와 재사용 기술로 무장한 Falcon 9은 인류의 우주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NASA의 발사비용은 획기적인 기술 발전에 비례하여 낮아지지 않았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이유는 NASA가 더 이상 SpaceX의 최우선 고객이 아니란 것이다. 이제 NASA는 SpaceX의 제한된 발사 공간을 놓고 늘어나는 상용 위성들, 그리고 갈수록 더 많은 위성을 쏘고 있는 미군과 경쟁해야 한다.
SpaceX가 2025년에 계획한 발사 중 약 70%가 자사의 상업 위성인 Starlink와 국방 버전인 Starshield에 배정되어 있다. NASA 계약은 전체 매출의 일부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단가가 높게 책정되지 않았다면 그 비중은 더 낮았을 것이다.
Moon의 논문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24년까지 NASA의 발사비용은 인플레이션을 제외해도 연평균 2.82%씩 상승했다. 이는 민영화가 혁신과 경쟁을 촉진해 가격이 파격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기대와 상충되는 결과다.
중요한 건 ‘경쟁’
문제는 SpaceX의 기술력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SpaceX의 실제 발사 비용(원가)이 고객들에게 날라오는 청구서 상 가격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 알려져 있는 가격(발사당 7천만 달러)에서 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클 것이라는 의심이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NASA는 주로 델타 II 로켓을 이용했는데 이때 형성되었던 가격대는 2025년 물가 기준으로 8,000만~1억 달러 수준으로 오늘날 SpaceX의 가격표와 큰 차이가 없다.
발사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오른 건 ULA(United Launch Alliance) 시절인데, Boeing과 Lockheed Martin의 합병으로 경쟁이 사라지자 ULA는 아무런 부담 없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암흑시대 속에 등장한 SpaceX은 ULA가 올려놓은 가격을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NASA의 발사 계약은 여전히 6,000만~1억 달러 수준으로 ULA 독점 시절에 비하면 파격적으로 낮아졌지만, 델타 II 시절에 비해 대단히 저렴하다고 보긴 어렵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는 발사체의 가격이 기술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경쟁의 유무 여부에 달려있다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 많은 로켓, 그리고 NASA의 역할
미국 발사 시장의 경쟁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ULA의 Atlas V는 퇴역 상태이며, 후속 로켓 Vulcan은 아직 불안정하다. Blue Origin의 New Glenn는 본격적인 서비스까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Rocket Lab이 신뢰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용량이 제한적이다.
NASA가 처해있는 현실은 가격을 결정하는 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제대로 된 경쟁이 없다면 기술이 발전해도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 아무리 발사체 제작비와 운영비가 줄어도 시장 메커니즘이 바뀌지 않으면 줄어든 비용이 가격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희망은 있다. 제2의 SpaceX를 꿈꾸는 다양한 후속 발사체들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운용되고 신뢰성을 확보한다면 비로소 진정한 경쟁이 형성되고 가격도 자연스레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지금과 같은 고착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론, NASA가 발사체 시장을 방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SpaceX의 성공은 우주발사를 산업화하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제대로 된 경쟁이 없다면 그 어떤 기업도, 심지어 SpaceX조차도, 독점의 쾌락으로 인한 타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쟁력 있는 후발주자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NASA가 때로는 용돈 잘 주는 할아버지, 때로는 엄격한 선생님 역할을 해줘야 한다.
To clarify, SpaceX가 과도한 요금을 부과하는 걸 비난하는 게 아니다. SpaceX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인 민간 기업이다. 기업은 시장이 용인할 수 있는 최대 가격을 매기는 게 당연하다.
SpaceX의 업적을 평가절하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엉망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소리다. 만일 SpaceX가 아니었다면 미국은 우주 발사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써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경쟁이 있었다면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민영화는 정부는 하기 어려운 혁신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수반되어야 한다. 경쟁이 결여된 민영화는 그저 돈이 들어가는 주머니를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