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적은 바로 나 자신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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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물간 존재로 취급되지만, 한때 ‘닌자 거북이(Teenage Mutant Ninja Turtles)’가 시대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때가 있었다(그렇다, 나는 80년대생이다).


전성기 시절, 이 프랜차이즈는 애니메이션과 만화, 장난감, 연극, 그리고 실사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개인적으로는 1990년에 제작된 실사 영화를 최고작으로 꼽는데, 이후에 제작된 후속편들은 재앙에 가까운 졸작이니 주의해야 한다.


이야기를 이끄는 네 명의 돌연변이 거북이 —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 는 겉으로 봐선 똑같이 생겼다. 그래서 각자가 사용하는 전용 무기가 캐릭터를 상징하는 장치가 되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정작 이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각 캐릭터의 성격과는 정반대다.


리더인 레오나르도는 ‘일본도’를 무기로 쓴다. 일본도는 네 명의 무기 가운데 유일하게 한 번의 휘두름으로 상대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순수한 살상 무기다. 이는 극 중에서 레오나르도가 신중하고, 때로는 우유부단한 인물로 그려지는 것과 상반된다. 일본도는 리더란 전투의 마무리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임을 상징한다.


라파엘로는 팀 내에서 가장 충동적이고 호전적인 캐릭터다. 그러나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공격보다는 방어에 특화된 삼지창이다. 이는 라파엘로가 분노에 휩싸여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제어하게 만드는 장치다.


미켈란젤로는 좋게 말하면 유쾌하고, 나쁘게 말하면 경솔하고 산만한 녀석이다. 그가 다루는 쌍절곤은 잘못 다루면 오히려 스스로를 다치게 할 수도 있는 까다로운 무기다. 이는 그가 전투 중 진지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도나텔로는 네 명 중 가장 이성적이고 지적인 캐릭터로, 항상 완벽한 계획에 집착한다. 그런 그가 들고 다니는 무기는 네 명 중 가장 단순한 목봉이다. 목봉은 때로는 복잡한 기교가 아닌 단순한 정석이 더 강하다는 진리를 상징한다.


지나친 과대해석 아니냐고? 어쩌면 그럴지도.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가장 길고 힘든 싸움은, 다름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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