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충격적인 미국발 뉴스가 쏟아지는 요즈음이다. 이 모든 혼란이 정말 한 개인의 변덕 때문일까? 아니면 그 이면에 나름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후자라고 본다. 미국의 세계관을 ‘비즈니스’의 원칙, 즉 관계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과 그로부터 얻는 ‘편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나름 일관된 맥락이 읽히기 때문이다.
① 비용도 크고 편익도 큰 나라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이른바 ‘거래가 되는 관계’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은 반도체, 원자력, 조선, 방산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산업을 고루 갖추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중국을 견제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부담이 되는 면도 있다. 에너지와 식량 자급이 불가능하며 내수 시장만으로는 현재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꾸준히 관리해줘야 하는 나라다.
한국 외에도 대만, 독일, 일본도 이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중요한 이웃이지만 정치적 불안을 수출하는 멕시코, 미국에게 큰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캐나다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 배경과 각자 처해있는 상황은 다르지만, 전략적 중요한 나라들이며 미국이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나라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 미국과 가장 잡음이 심한 나라들이기도 하다.
② 비용은 큰데 편익은 작은 나라
말 그대로 계륵이다. 미국이 전세계의 질서를 관리하던 시절에는 중요했지만 노골적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 중요도가 급감한 나라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우크라이나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곡창이자 자원 부국이며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요충지인 우크라이나가 별볼일 없는 나라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미국의 먹사니즘’ 관점에서 봤을 때 크게 중요하지 않은 나라라는 뜻이다.
그 지리적 숙명과 역사적 배경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지금과 전혀 다른 체제로 환골탈태하거나 아예 망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군사적 지원이 필요하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줄 수 있는 것들은 미국도 충분히 가지고 있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란도 과거에 비해 중요도가 덜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미국이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자꾸 문제를 일으켜 피곤하게 한다”는 식의 짜증 섞인 피로감이 느껴진다.
③ 비용은 작지만 편익이 큰 나라
미국이 이익보다 우정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는 나라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영국. 지리적 이점과 해군력을 갖춘 영국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켜주지 않아도 알아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다. 제조업이 쇠퇴한 데다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국이 꾸준히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브라질은 여러모로 여기에 속할 것으로 보이나 양국 정상 간의 불신 때문에 관계가 냉랭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반전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본다. 최근 미국이 ‘먹을 게 없는 곳엔 신경을 끊는다’는 원칙에 철저한 데도 지속적인 잡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미국에 여전히 중요한 나라라는 증거라는 점이다.
④ 비용도 적고 편익도 적은 나라
미국의 인식에서 아예 사라져 버린 나라들. ‘세계의 경찰’, ‘자유주의의 수호자’라는 명분을 내려놓은 미국에게는 더 이상 이들을 신경 쓸 이유도, 여유도 없다.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 최근 라이베리아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 벌어진 해프닝. 라이베리아는 19세기에 미국에서 건너간 흑인 노예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나라로 태생부터 철저히 친미 국가였고 냉전기에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였다. 영어가 공용어이며 추수감사절을 지내는 등 문화적으로도 미국의 영향이 깊게 박혀 있는 나라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라이베리아 대통령과의 회담 중 ‘영어를 아주 잘한다’고 칭찬해 논란이 되었다. 아예 관심이 없다는 것.
한미 통상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역설적으로 보면 미국이 우리에게서 얻고 싶은 게 많다는 뜻이다. 최악의 관계는 갈등이 아니라 무관심과 침묵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제질서 재편은 우리만 겪는 일이 아니다.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거나, 철저히 ‘읽씹’ 당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지금은 서두르기보다는 ‘상대가 원하는 것’,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반드시 받아내야 할 것’ 사이에서 지혜로운 균형을 찾아야 할 때다. 그래야 한국과 미국 두나라를 위해 더 강하고 탄탄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 법이며, 제대로 재회한 관계는 이전보다 더 끈끈해 진다.
다음은 ‘헤어지자는 애인에게 절대 해선 안 되는 행동들이다. 국가 간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 이성을 잃고 전 애인을 비난하지 말 것 (술 취해 전화하지 마라)
2. 자존심을 버리고 울고불고 매달리지 말 것
3. 재회는 과거를 되돌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계의 시작임을 기억할 것
4.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며 급히 새 연애를 시작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