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언제나 ‘개념 없는 요즘 젊은 것들’과 ‘같잖은 꼰대들’이 벌이는 세대 전쟁의 연속이었다. 이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사이의 계급 전쟁이자, 어제와 오늘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화 전쟁, 그리고 서로 다른 기억이 충돌하는 세계관의 전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전개되는 세대 전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결과, 세대 간의 구도 역시 단순한 ‘젊은 것들’ 대 ‘꼰대’의 일대일 대결을 넘어 다층적이고 복잡한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젊은 척하는 꼰대들, 이른바 ‘영포티’가 있다. 성인이면서도 버르장머리 없고(게다가 그걸 내심 자랑스럽게 여기는), 피터팬들이다.
여전히 왠지 반항하고 싶고,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살지만 부쩍 빠르게 흘러가는 신체 시계 앞에서 좌절하는 일이 늘어난 내게 ‘영포티’라는 단어는 유난히 뼈아프게 다가왔다. 하긴, 애초에 ‘MZ세대’라는 이름으로 젊은 세대에게 주홍글씨를 붙인 게 우리 영포티 세대 아닌가. 아무리 이 세대가 인터넷 문화를 창조한 원조라 해도, 밈(Meme) 생산력에서 2030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애초부터 반격은 예정된 일이었다.
‘낀세대’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기성세대’의 의무는 다하되 특권은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영포티’는 조롱이 아닌 명예로운 호칭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5060 세대를 꼰대로 폄하하고, 2030을 외계인 취급하다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받는 형국이다. ‘영포티’의 극적인 반전은 가능할까?
딱히 억울할 것 없다. 2030이 지금의 우리 세대가 되면 또 다른 신세대가 등장해 역지사지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역할(억울한 낀세대)에 충실하면 된다. 그걸 못 하겠다고, 안 하겠다고 난리 치다간 우리 직장과 사회,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 지금 세상 돌아가는 흐름이 그렇다.
(간신히) 생물학적 기준으로 MZ세대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에 은근한 기쁨을 느끼며, 또래 형들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굵은 선을 그었음을 고백한다. 어쩌면 바로 이러한 쓸데없는 자부심, 그리고 필요에 따라 청년과 어른 사이를 오가며 좋은 것만 골라 먹는 이기심이야말로 ‘영포티스러움’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