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오리진의 도전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은 오랫동안 의심과 조롱의 대상이었다. 어렵사리 시도한 올해 1월의 첫 비행도 결국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뉴 글렌의 오랜 좌절과 굴욕의 시간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11월 13일, NASA의 우주선 ESCAPADE를 화성으로 향한 여정에 성공적으로 실어 보냈고 1단 로켓을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데도 성공했다. 지금까지 오직 스페이스X만이 가능했던 ‘마법’을 완벽히 재현한 것이다.
최초로 지구 궤도를 비행한 미국인 존 글렌의 이름을 딴 뉴 글렌은 블루 오리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기존의 뉴 셰퍼드가 짧은 준궤도 비행에 머물렀다면 뉴 글렌은 중대형 위성 발사부터 심우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인 우주 수송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발사체에 화성 미션을 맡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블루 오리진은 그러한 걱정을 무색하게 할 만큼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며 NASA의 신뢰에 답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역시 회수선 위에 뉴 글렌이 착지하는 순간이었다. 높이 6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기체가 부드럽게 내려앉는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팰컨 9(약 45미터)을 능가하는 크기 때문일까? 그동안 여러 번 본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것처럼 신선하게 느껴졌다.
블루 오리진 입장에서는 배수진을 친 심정이었을 것이다. 야심차게 추진 중인 통신위성 ‘카이퍼’를 계획된 일정 내에 완성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지연을 허용할 수 없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등장해 시장을 초토화하기 전에 데뷔함으로써 블루 오리진은 발사체들의 ‘가을야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머스크가 모욕적으로 “They cannot get it up”이라며 발기부전이라고 비아냥거렸을 때에도, 블루 오리진은 제대로 반박도 하지 못한 채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이조스도 그날만큼은 집에서 혼자 쌍욕(Motherfu…)을 퍼부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개발을 시작한 지 13년 만에 마침내 그들의 꿈은 결실을 맺었다. 목표로 삼았던 2020년보다 5년 늦어졌지만, 그래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룬 성과다.
화성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발사체를 만드는 일은 어렵다. 거대한 발사체를 정교하게 조작해 움직이는 선박 위에 착륙시키는 일은 더 어렵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건 기적에 가깝다. 그러나 블루 오리진은 이를 해냈다.
뉴 글렌의 성취는 오래된 교훈을 다시 일깨운다. Anything worth having is going to be hard. 위대한 일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있어야 한다. 셋의 비율이 달라질 순 있지만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현대의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은 좋은 아이디어와 자본을 연결하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동시에 사람들로 하여금 점점 더 쉬운 길만 찾게 만드는 부작용도 남겼다. 나는 제프 베이조스나 일론 머스크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집요한 끈기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지성도 자본도 인격(그럴 리가)도 아닌 바로 그 ‘끈기’가 그들의 가장 강력한 자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