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머스크도 50대 후반이다
SpaceX가 IPO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IPO를 통해 3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해 시총이 1.5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역대 최대 IPO였던 아람코의 기록(290억 달러)을 넘어서는 규모다.
그동안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비전을 ‘근시안적인 주주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상장을 미뤄왔다. 왜 이제 와서 그 오랜 원칙을 포기하려는 것일까?
<관점 1: ‘광인’ 머스크의 도전>
최근 머스크는 우주 산업을 AI, 그리고 궁극적으로 로봇과 결합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Starlink를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고 옵티머스 로봇으로 달에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은 천문학적인 자본이 필요하다.
아무리 SpaceX가 독보적인 우주기업이라 해도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을 연간 약 2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자체 매출로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IPO는 피할 수 없는 선택에 가깝다.
그러나 이 결정에는 위험이 따른다.
AI 열풍이 꺼지기라도 한다면 거액을 들여 구축한 데이터센터는 골치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또한 상장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제약과 규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머스크의 위상이 크다 해도 주주들이 화성 프로젝트 같은 고위험 장기사업을 묵묵히 기다려줄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그의 심우주 계획은 여전히 기술 로드맵보다 SF 소설에 가깝다.
지금까지는 비상장 기업이었기에 머스크 특유의 ‘일단 저지르는’ 방식이 통했지만 앞으로도 같은 방식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정리하면, SpaceX의 IPO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겠지만 그 규모와 투기적 성격을 고려할 때, 이것이 전략적 결단인지 충동적 도박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관점 2: “잘 먹고 갑니다, 굿 파티!”>
어쩌면 불안해하는 건 우리뿐이고 정작 머스크 본인은 태연한지도 모른다.그의 장대한 비전이 애초부터 전 세계의 돈을 끌어들이기 위한 서사에 불과했다면?
스타십은 여전히 개발 단계에 있으며 지금 SpaceX에 필요한 것은 ‘확장’이 아니라 ‘집중’이다. 지금도 판을 벌리지만 않는다면 굳이 상장을 하지 않아도 필요한 자금을 어렵지 않게 조달할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데이터센터’를 앞세우며 상장을 추진하는 모습은 의심스럽다. 특히 자기 사업에 대한 완벽한 통제에 강한 집착을 보여온 머스크의 성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어쩌면 돈이 급한 것은 SpaceX가 아니라 머스크 본인일 수도 있다. 세계 최고 부자가 돈에 쪼들린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자산은 대부분 테슬라 주식에 묶여 있으며 그 가치는 테슬라의 현재가 아닌 미래, 정확히는 머스크의 호언장담에 기반한다.
머스크는 오랫동안 자율주행을 테슬라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 왔지만 여전히 약속한 수준의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에 최근 테슬라를 자동차 기업이 아닌 로봇 기업처럼 보이도록 정체성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세액공제 폐지, 대체재 등장 등 눈앞의 악재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내일”을 약속하는 것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올해 테슬라는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며, 머스크라는 이름이 가진 마법이 언제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제는 과거처럼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무한정 자금을 끌어오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밸류업을 기대하며 개최한 옵티머스 이벤트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반응에 그쳤다.
하지만 머스크에게는 아직 트럼프 카드가 남아 있다(그 트럼프 말고), 바로 SpaceX다. 테슬라와 달리 SpaceX의 이름에 담긴 마법은 여전히 강력하며 시장 지배력 또한 견고하다. IPO가 진행되면 머스크의 재산이 최소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머스크 뿐 아니라 SpaceX에게도 좋은 결정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SpaceX가 독보적이라 해도 시총 1.5조 달러는 상식을 벗어난 규모다. 머스크의 장대한 비전을 잠시 잊는다면, SpaceX의 사업은 발사, Starlink, 유인 미션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독점을 누려온 발사 분야는 2026년부터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Starlink는 막강하지만 Amazon은 손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동안은 발사체 부족이 Amazon의 발목을 붙들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유인 미션도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퇴역하면 이를 대체할 민간 정거장들이 지금의 NASA만큼 SpaceX에게 의존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SpaceX가 당장 위기라는 게 아니다. “내년이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던 시대는 저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즉 지금이 SpaceX의 피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SpaceX의 상장은 대박이 날 것이다. 하지만 그 돈이 정말 SpaceX를 위해 쓰일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테슬라 주식으로 끌어온 돈은 상당 부분 전기차와 관련 없는 곳에 쓰였다. SpaceX가 자칫 ‘불가능한 꿈을 꾸는 도전자’에서 머스크의 새로운 꿈을 떠받치는 ATM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알고 있던 SpaceX의 야성도 희미해 질지 모른다.
SpaceX가 상장한다면 회사의 정체성은 발사·탐사보다는 인프라 회사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기대하는 건 변동성이 큰 발사 서비스가 아니라 구독 기반의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위성서비스이기 때문이다. IPO를 통해 손익 구조가 공개되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Lift off!>
나는 SpaceX가 그 이름처럼 우주탐사 기업으로 남기를 바란다. 지난 20년간 그들이 만들어온 기적의 결말이 머스크의 대박 Exit과 지루한 대기업으로의 회귀로 귀결된다면 그것만큼 씁쓸한 일도 없을 것이다.
머스크는 우주에 미친 매드 사이언티스트인가, 아니면 정교한 서사로 세상을 홀리는 선동가인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게 만든 첫 번째 면모가 요즘 들어 조금씩 희미해지는 느낌이 든다.
참고로 머스크는 71년생이다. 이제 그도 50대 후반으로 접어든다.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오늘의 걱정이 커지는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