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 외부인사 영입의 함정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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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강유는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외부 영입 인사였다. 원래 위나라 출신이었기 때문에 적을 잘 알았고, 일찍부터 농서 땅에서 야전 경험을 쌓았다. 그는 존재 자체로 촉나라를 벗어난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토착 세력에게 자극을 주는 인물이었다.


그의 군사적 역량은 당대 최상급이었다. 제갈량 사후 강유는 과감한 공세를 펼치며 위나라의 발목을 붙들었다. 거물급 지휘관이 대부분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인물들도 기동전 경험이 없는 촉나라에서 강유는 대체 불가능한 최상급 스트라이커였다.


하지만 강유 영입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강유는 여러 번 원정에 나섰지만 전투는 이겨도 전쟁에서는 졌다. 위나라의 압도적인 물량과 지리적 이점, 그리고 연달아 등장한 명장들에게 막힌 강유는 결국 한 치의 땅도 넓히지 못했다. 내부에서도 토착 세력과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의 빈번한 원정이 촉나라의 국력을 소모해 나라가 망하는 원인이 됐다고 평가한다.


반면 강유를 동정하는 이들은 그가 토착 세력의 견제에 막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분명 그런 면이 없지 않다. 특히 그의 마지막 전쟁은 촉나라가 일치단결해 밀어줬다면 대승리를 거두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유의 이야기를 외로운 충신이 소인배들에게 꺾인 비극 정도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이다. 강유를 견제한 토착 세력이 모두 황호 같은 소인배들이었던 것은 아니다. 충신이었고 능력도 있었던 인물들, 예를 들어 비위와 장억 같은 이들도 강유의 독선을 경계했다.


아무리 화려한 스타 인재라도 결국 일은 조직이 하는 것이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음식도 씹어서 소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듯, 촉나라는 강유라는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를 제대로 품는 데에는 실패했다. 강유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조직은 군부 내에서도 일부에 불과했으며, 그의 북벌 비전은 찬성하는 이보다 반대하는 쪽이 많았다.


이는 요즘도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해 거물급 인재를 전격적으로 영입하지만, 정작 문화와 의사결정 구조는 과거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파격적인 처우를 해줬으니 알아서 살아남아 보라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영입된 인재는 시스템을 포기하고 단기적 성과를 위한 개인기와 파벌 싸움에 집착하게 된다. 강유는 이러한 비극의 전형적인 예시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나라를 이끌어야 할 대장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북벌에만 집착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든다.


말년에 강유는 유비가 만들어 둔 방어선을 재편했다. 기존의 방어선은 요지 하나하나를 틀어막아 아예 적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구조였다. 반면 강유가 새롭게 짠 방어선은 한중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열어 둔 뒤 적을 한곳에 모아 일망타진할 수 있도록 함정을 파놓는 개념이었다.


강유의 기획은 이론상 그럴싸했지만, 위나라가 20만 명에 가까운 대군을 전광석화처럼 동시에 동원하자 함정의 ‘용량’이 넘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촉나라는 순식간에 멸망했다. 위나라의 침공을 예측한 강유의 경고를 무시한 촉나라 정부의 잘못이 컸지만, 드라마틱한 승리에 집착한 강유에게도 책임이 있다.


닭이 먼저였는지 달걀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유의 집착이 심해질수록 그와 토착 세력 간의 갈등도 심화되었다. 여기서 고용주(촉나라)와 피고용자(강유) 중 잘못이 더 큰 쪽은 어느 쪽이었을까? 나는 전자였다고 본다.


제갈량 이후 촉나라는 시종일관 강유를 ‘용병’ 같은 존재로 간주했다. 군권은 주되 책임은 혼자서 지라는 식이었다. 뚜렷한 대전략이나 비전을 제시한 것도 아니었고, 강유를 지원하거나 검증하는 시스템이 작동한 것도 아니었다. 일찍부터 기린아로 불렸던 그였지만, 제대로 된 육성 계획이나 활용 계획 같은 것도 없었고 그 결과 항상 전선을 떠돌며 행정 조직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다.


북벌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전략적 목표가 위나라의 공격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방어인지, 강유와 연이 있는 강족을 포섭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옹서 땅을 장악하고 위나라와 사생결단을 벌이라는 것인지 갈팡질팡하며 결정을 강유에게 미뤘다. 기껏 원정을 나가 있는 동안에도 내부에서 찬반이 갈려 고작 수만 명의 병력밖에 지원해 주지 않았다. 그저 네가 스페셜리스트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강유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감투만 준 뒤 제대로 된 지원도 방향성도 없이 결과만 독촉하니, 강유로서는 살아남기 위해 갈수록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높은 지위가 오히려 독이 된다. 표면상으로는 고위직이지만 현장에서 일이 굴러가는 메커니즘에서는 배제되고, 책임져야 할 일만 많아지게 된다. 심하게 말하면 권한은 하나도 없고 실적 부담만 떠안은 용역을 준 꼴이 된다.


최근 현대차의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대표가 물러나면서 구설수가 돈 적이 있다. SW 배경이 있는 인물을 영입했지만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문화와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았다, 통례를 넘어선 겸직과 보상으로 조직 내 분란이 심했다는 등 말이 많았다. 나는 현대차 내부 사정을 모른다. 단, 분명한 것은 인재 영입은 빅 타이틀을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조직이 함께 변해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이 한다. 포켓몬이나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듯 네임드 인재들을 모아 놔도 조직이 그들의 색깔에 맞춰 재설계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뿐, 실제로 일이 굴러가게 만드는 것은 문화와 운영이기 때문이다. 귀한 인재를 모셔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소화불량이 나게 돼 있다. 보통 다음 둘 중 하나로 결론이 난다.


첫째, 사람이 바보가 된다. 제대로 된 지원이나 목표 설정 없이 뭐든 해내라고 하니,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재주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소진돼 버려진다.


둘째, 조직이 바보가 된다. 영입된 인재들이 살아남기 위해 꾸준히 자기 파벌을 만들고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일들을 벌인다. 결국 챙길 것을 다 챙기고 ‘먹튀’하는 결론으로 귀결되게 된다. 이는 성공과 실패가 조직이 아닌 개인에게 귀속될 경우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나는 강유를 좋아한다. 그의 북벌에 대한 사명감은 적어도 그 뿌리만큼은 진실되었다고 믿는다. 그의 전술적 능력과 최후의 순간까지 날카로웠던 결기는 단연 최고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처음에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나중에는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그는 촉나라의 안위보다는 유비와 제갈량을 이어 한실 부흥의 꿈을 이어받은 적통이라는 역할이 더 중요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은 강유를 그저 계약직 용병 대장으로 다뤄 조직과 인재 간 목표의 디커플링을 자초한 촉나라 지도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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