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무두절' 막을 내리다

재러드 아이작먼, NASA의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하다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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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무두절’, 막을 내리다>

지난 12월 18일, NASA의 새로운 리더로 취임한 재러드 아이작먼(Jared Isaacman)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 타운홀 미팅이 대중에 공개되었다.

재러드는 하루 전인 12월 17일, 약 1년 가까이 제대로 된 수장을 두지 못했던 NASA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그동안 NASA는 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각종 정치적 갈등과 예산 압박 속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왔다. 비록 정책 측면에서 눈에 띄는 발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타운홀 미팅은 재러드가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이 임무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의 취임 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했다. 재러드는 젊은(1983년생) 기업가이자 우주비행 경험자이지만, 과학자도 아니고(고등학교 중퇴) 정치 경험은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열정과 추진력은 높게 평가받아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간의 갈등에 휘말리며 그의 지명은 한 차례 철회됐다가 다시 복원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 과정은 반년 가까이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취임에 성공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역대 유례없는 위기에 놓인 NASA와 사기와 방향성을 잃은 채 방황하는 직원들이었다. 여기에 더해 백악관은 NASA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추진 중이다.

타운홀에서 재러드는 ‘NASA의 민영화를 노리는 저승사자’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유연하고 합리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초 지명 과정에서 그의 비전이 담긴 ‘Project Athena’가 공개되었을 당시, 철저히 실용성을 중시하는 접근 방식에 불안을 느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러드는 “어디까지나 초안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앞으로 충분한 대화를 거쳐 현실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팅 내내 그는 이러한 온건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고, 가능한 한 자주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고 약속했다. 다소 피상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었지만, 현재 NASA에 필요한 것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보다 조직 내 갈등 봉합과 사기 진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접근이었다.

그렇다고 재러드가 단순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NASA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분명히 짚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2등은 없다”라는 발언에서는 중국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일정 단축을 언급할 때는 단호한 결의가 느껴졌다. 그는 “물리적 한계와 안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로써 미국이 달을 포기하고 화성에 집중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은 당분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SLS와 게이트웨이 등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들 역시 당장은 손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밖에 눈길을 끈 대목은 NASA를 ‘경제 촉진자’로 정의한 점이다. 재러드는 NASA가 세금에만 의존하는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NASA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개념인 속도, 가성비, 시장 창출을 우선적으로 고민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운영 방식에서도 시대적 변화의 기조가 읽혔다. 그는 조직 내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실무자들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위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계약 업체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우리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 우리가 그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철저한 성과주의와 강도 높은 경쟁 체제 도입을 예고했다.

다만 이번 미팅에서 가장 중대한 질문들은 여전히 다뤄지지 않았다. 예산 조정의 방향, 아르테미스 일정 단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인원 감축과 조직 개편의 실체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정반대 의미에서, “나는 아직 배울 게 많다”고 솔직히 고백할 줄 아는 리더라는 점만으로도 그에게 합격점을 주고 싶다. 리더가 반드시 모든 것을 알고 있을 필요는 없고 - 어쩌면 그래서도 안된다. 최악의 리더는 아는 게 부족한 리더가 아니라 아는 척하는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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