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의 시점이 돌아왔다>
나는 매년 나를 위한 Personal KPI를 짠다. 딱히 거창한 건 아니다. ‘하루 1만 보 이상 걷기’, ‘매일 10장 이상 책 읽기’, ‘몰랐던 분야의 사람 만나기’ 같은 사소한 것들이다. 그래도 나름 스스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녹여서 목표를 잡는다. 해마다 세부 항목은 달랐지만 기본 카테고리는 ‘건강’, ‘돈’, ‘마음’, ‘머리’, ‘관계’로 같았다.
한 해를 돌아볼 시점이 돌아왔다. 365일 동안 목표를 잘 실천한 날을 합산한 ‘실천 평가’와 연초에 미리 정해 둔 결과 구간에 따른 ‘결과 평가’를 더해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던 한 해였지만, 언제나 그랬듯 시간은 결국 흘러갔다.
(아직 1주일이 남았지만) 올해의 점수는 65점 수준에 그칠 것 같다. 아무래도 올해는 낙제인 것 같다.
아니… 생각이 바뀌었다. 올해 스스로에게 95점을 주기로 했다.
첫째, 끝까지 잘 버텨낸 한 해였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개인적인 KPI를 짜서 생활했는데 돌이켜보면 결과가 아주 좋거나(80점 이상) 아니면 반타작도 못한 경우(50점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결과가 65점이었다는 건 목표가 도전적이었다는 의미이자 중간에 꺾이지 않고 잘 버텼다는 뜻이리라.
둘째,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은 한 해였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해야 하는 걸 하는 것보다 해선 안 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나이와 경력이 늘어날수록 그런 생각은 더 강해진다. 올해는 적어도 유혹에 빠져 스스로를 속이거나 오늘을 수습하려고 함부로 내일을 볼모로 잡지는 않았던 것 같다.
셋째, 주변에 나로 인해 잘된 사람들이 많았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
대단한 건 아니다. 그저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부분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고, 다만 그 답을 확인할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좋은 분들을 서로 연결해 주었을 뿐이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양쪽에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결국 뿌린 대로 거두기 마련이다. 우리는 곡식을 수확하는 기준으로 ‘한 해’라는 개념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곡식보다 수확까지 오래 걸리는 존재다.
젠장, 뭐 결과적으로 65점은 65점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시간의 흐름은 우리가 정해 놓은 기준일 뿐, 2025년의 나와 2026년의 내가 다른 사람인 건 아니다. 올해 내가 쌓은 것들은 복리의 원칙에 따라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시험은 점수가 나오면 끝이지만 인생이라는 시험은 마지막 그 순간까지 끝난 게 아니다 (게다가 종종 채점 기준이 마음대로 뒤집히기도 한다).
2025년을 열심히 산 나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박수를.